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노조위원장(MZ노동자·오른쪽 둘째)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주 최대 69시간’까지 노동시간을 허용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다. 이른바 ‘주 60시간 상한 캡’이다. 대선 후보 시절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발언에서 정확히 반 토막이다. 15일 국민의힘에서는 ‘주 64시간 상한 캡’을 얘기하더니, 하루 만에 4시간이 오락가락했다. 노동자의 건강은 물론 생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간 규정을 마치 고무줄처럼 멋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보기 드문 정책 난맥상의 가장 큰 책임은 아무 기준과 근거도 없이 노동시간 개편을 밀어붙인 윤 대통령에게 있다. 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은 노동현장의 실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 의중을 따르기에 급급했다. 그러고도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선택권·건강권·휴식권의 보편적 보장’이라고 자화자찬했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청년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 호언장담을 떠올리면 지금 모습은 딱하기 그지없다.
대통령부터 여당까지 ‘엠제트(MZ) 노조’(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만 바라보는 모습은 기이해 보일 지경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엠제트 세대를 콕 집어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라”고 지시했다. 노동부는 황망히 장관과 엠제트 노조의 면담 일정을 잡았다. 국민의힘도 이들을 이날 토론회에 초청해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엠제트 노조 유준환 의장은 그 자리에서 “개편안의 취지가 진정으로 노동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소정 근로 40시간이 아닌) 연장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기 때문에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의 엠제트 노조에 대한 노골적인 ‘편애’는 누가 봐도 ‘세대 갈라치기’를 통해 양대 노총을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의도에 있다. 그러나 그들도 엄연한 노동자라는 사실을 무시했다가 그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고 말았다. 엠제트 노조보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을 배제하면서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하는 건 말장난일 뿐이다. 이미 얽힌 실타래가 돼버린 개편안을 고쳐 써보겠다는 건 미욱한 욕심이다. 전체 노동계에 귀를 열고, 현실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