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검찰 수사권 축소’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놓고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한 장관은 검찰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한 시행령을 헌재 결정 취지에 맞게 되돌려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 “오히려 시행령을 지키는 게 중요해졌다”고 일축했다. ‘무리한 헌법 소송에 대한 사과’ 요구에도 되레 “민주당 의원들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반하장이다. 아무리 헌재가 민주당의 ‘꼼수 탈당’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을 고려한 것이라 해도, 법무부 장관이 헌재 결정 취지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다.
특히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자격이 없다’며 각하한 헌재 결정에 “재판관 9명 중 4명은 청구인 자격을 인정했다”는 한 장관 발언은 마치 어린아이 떼쓰는 듯하다. 헌재 결정은 ‘5 대 4’든 ‘9 대 0’이든 다수의견이 법정 의견으로 효력을 갖는다. 법무부 장관이 자기 뜻과 다르다고 최고재판소 결정을 이렇게 깎아내려도 되는가. 그의 논리대로라면 법원 판결도 당사자 마음에 안 들면 불복해도 되나.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는 판단은 이미 여러 헌재 소송에서 결정된 것이다. 헌재는 1997년과 2008년, 2019년, 2021년 등 네차례나 수사권 및 기소권은 헌법 사항이 아닌 ‘입법 사항’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경찰·해양경찰·군검사·군사경찰·특별검사에도 관련 법에 따라 수사권과 기소권을 준다. 오죽 답답했으면 다수의견을 대표 집필한 김기영 재판관이 “헌법이 수사권 및 소추권을 행정부 내의 특정 국가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고 일갈했겠는가. 이를 모를 리 없는 한 장관이 이번 소송을 낸 것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하는 이유다.
검찰 수사권 축소는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제한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검찰은 범죄 단서를 인지한 검사가 수사를 직접 하고, 공소장도 자기가 쓰고, 나중에 재판까지 들어가는 ‘일관 공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소되기 전까지 검찰 수사 결과를 제대로 ‘검수’하는 절차가 없다. 기소는 윤석열 대통령 말마따나 ‘인생이 절단나는’ 무시무시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그대로 놔둔 채 검찰 수사권만 확대하면, 인권침해 우려가 커진다. 그래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