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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부터 줄줄이 4·3 불참, 극우 의식 거리두기하나

등록 2023-04-03 18:17수정 2023-04-04 02:39

3일 제주에서 열린 4·3 추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왼쪽) 추념식장 앞에서 서북청년단이 집회를 시도하자 경찰이 충돌을 막기 위해 에워싸 격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제주에서 열린 4·3 추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왼쪽) 추념식장 앞에서 서북청년단이 집회를 시도하자 경찰이 충돌을 막기 위해 에워싸 격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열린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보수정당 출신 당선자나 대통령으로는 처음 추념식에 직접 참석해 ‘국가의 책임과 치유’,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을 약속했던 때와는 1년 만에 너무나 달라진 태도다. 국외순방 준비로 바쁘다는 게 이유다. 지난 1일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위해 대구까지 내려갈 시간은 있고, 국가적 추념 행사는 걸러야 할 만큼 바쁜 것인가. 대통령실 관계자는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 게 적당한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부부가 올해 들어 1월, 4월 서문시장에 연이어 방문할 때는 그런 고민이 안 떠올랐던가.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가 대독한 추념사에서 “(지난해) 저의 약속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 추념사는 글자 수로 800여자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하면, 양에서 3분의 1, 4분의 1 수준이다. 내용도 ‘4·3’보다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한참 언급하다, “(제주가) 품격 있는 문화 관광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보통신(IT) 기업과 반도체 설계 기업 등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이 제주에서 활약하고” 등 마치 지역 선거 공약 같은 내용으로 채웠다. 추념식장 이곳저곳에서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것이 4·3의 아픔을 치유하는 윤 대통령의 방식이고, 변함없는 약속인가.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3을 공산주의 폭동이라고 폄훼한 김광동씨를 유족들의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에 임명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제주를 찾아 “4·3은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도 자신이 (유족들에게) “뭘 사과해야 하냐”고 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선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할 때”라며 “그러자면 역사적 진실을 알아야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을 폄훼하고 과를 부각하는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4·3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이승만의 공을 기리자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국민의힘 지도부의 추념식 불참이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다 할 수 없다. 이날 추념식에는 4·3 당시 양민 학살에 앞장섰던 ‘서북청년단’ 이름을 딴 극우 단체까지 나타났다. 정부·여당이 4·3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알기에 이들도 이런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부·여당의 ‘단체 불참’이 계속된다면, 누가 대통령의 약속을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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