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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미 핵협의그룹, 실효 높이되 외교공간 포기는 안돼

등록 2023-04-26 19:04수정 2023-04-27 02:41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전쟁 추모기념관을 돌아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전쟁 추모기념관을 돌아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이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고 ‘한-미 핵협의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북핵 위협을 억제할 미국의 공약을 선언문에 명시하고, 한·미가 공동으로 핵과 전략 기획을 담당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달라진 안보 환경에서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다.

26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뒤 ‘워싱턴 선언’에 담기는 신설기구인 한-미 핵협의그룹에 대해 설명했다. 동맹국이 제3국에 의해 핵공격을 위협받을 때 미국이 억제력을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정기적인 양자 협의 기구인 한-미 핵협의그룹을 신설해, 핵무기 운용 기획·실행 과정에 한국의 발언권을 보장하고, 작전계획에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공동 핵 사용 훈련 계획도 시사했다.

이런 합의의 배경에는 날로 커져가는 북한 핵 위협이 있다. 미국이 자국 피해를 감수하며 한국을 북한 핵 위협으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내에서는 자체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높아졌다. 핵협의그룹 구성을 통해 한국이 북핵 위협에 따른 안보 우려를 경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 관련 미국의 핵운용과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번 순방의 성과다.

그러나 핵 사용 결정권은 여전히 미국에 있다. 이번 조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기획그룹’을 본뜬 것이지만, 전술핵이 배치된 나토에서는 핵무기 안전 및 보안, 핵무기 통제 등 상대적으로 공동 운영 성격이 더 짙은 반면, 신설되는 한-미 핵협의체에는 한국 입장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일 추가적인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이번 조처가 미국이 한국에 주는 일방적 ‘시혜’가 아님도 분명하다. 미국은 선언에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불가하다는 내용도 명시해, 핵무장론이 번지는 것을 막아 핵비확산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정부는 한-미 핵협의그룹에 대한 대가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 반도체를 비롯한 대중국 기술 봉쇄 등에서 미국의 요구를 여과 없이 수용해 국익을 훼손당하는 길로 나아가선 안 된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확장억제 실효성을 높일 추가 노력과 함께, 대화와 외교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동시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조처가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도 제어해야 한다. 미국의 신냉전 구도에 한국이 일방적으로 빨려들어간다면 북한에 영향력이 강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더욱 위험해지고, 북핵 위기와 한반도 주변의 전쟁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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