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2일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법률 개정을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시간대에 집회를 열 수 없도록 ‘법적 대못’을 박겠다는 것이다. 이는 집회 허가제를 금한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반대 목소리를 강제로 틀어막겠다는 반민주적 발상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개정해 심야시간대 집회시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집회시위 해산 과정에서 경찰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조항’을 신설해 적극적인 대응을 유도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정부·여당과 대통령실이 하루 전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하니, 여권의 집합적 의지가 담긴 것이다.
여권은 지난 16일 이른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 이후 날마다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시 집회는 명백히 합법적으로 열렸다. 그럼에도 윤희근 경찰청장이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는 집회를 불허하겠다”는 황당한 발언을 하더니, 박 위원장은 “물대포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 운운하며 경찰을 공개 압박했다. 이어 기다렸다는 듯 집시법 개정까지 들고나왔다.
그러나 야간집회 금지는 명백한 위헌적 발상이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시도일 뿐이다. 헌법재판소의 과거 결정이 이를 증명한다. 헌재는 2009년 야간옥외금지 위헌제청 사건 심판에서 “헌법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며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집회를 허가 또는 불허하는 조항은 무효라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헌재는 “집회의 자유는 헌법 자체에서 직접 제한의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며 ‘기본권 중 기본권’임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지금 여권은 헌재 결정 이전으로 돌아가는 역주행 입법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법치를 말할 수 있나.
여권의 움직임은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 면책 조항을 만들어 경찰 책임을 사실상 묻지 않겠다는 것은 자칫 ‘과잉진압 면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과거 집회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들이 경찰의 불필요하고 폭력적인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