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한국 전문가 시찰단이 23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오염수 방류 현장을 점검하기 시작한 날, 일본 정부에선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를 바란다는 언급이 나왔다. 한국 시찰단이 독립적인 검증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확인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면, 곧바로 한국의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우려했던 일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듯하다.
한국 시찰단 21명은 23일부터 24일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을 방문해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핵심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와 오염수 방류 전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는 ‘K4’ 탱크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겨우 이틀간의 현장 방문인데다 한국 전문가들이 독자적으로 시료 채취 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쿄전력이 기준에 맞춰놓은 일부 오염수를 살펴볼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시찰단이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이날 이번 시찰을 통해 한국 내에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은 “한국은 후쿠시마, 미야기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고 있다”며 “이번 시찰은 처리수 조사가 중심인데, 여기에 더해 수입 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부탁한다”고 말했다. 시찰단 방문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한국이 취해온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중지 해제를 목표로 적극 움직이겠다는 신호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오염수 관련 최종 검증 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올해 7~8월 방류를 강행할 방침이다. 수십년 동안 계속될 방류가 해양 생태계와 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어떤 피해를 주게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여당 정치인들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반일몰이’ ‘비과학적 괴담’이라고만 몰아붙이고 있다.
시찰단은 ‘한-일 관계 결단’ 등을 내세운 정부의 정치 논리에 흔들리지 말고, 검증의 한계를 분명하게 밝히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이야말로 일본 정부의 논리에 들러리만 서지 말고, 시민들의 합리적인 우려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