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9일 국회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채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이 보수언론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대한 악의적 보도에 호응해, 지난 25일 ‘시민단체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기로 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이 단체가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반대해놓고 유족들이 받은 판결금의 일부를 약정에 따라 요구했다’며, “과거사 브로커”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시민모임이 공개한 약정서에는 ‘손해배상금·위자료·합의금 등 그 명칭을 불문하고 피고로부터 실제로 지급받은 돈 중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제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 역사적 기념사업 및 관련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교부한다’는 조항이 있다. 시민모임은 “2012년 소송을 시작할 때, 승소할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의 일부를 일제 피해자 관련 공익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원고들과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대리인단 변호사들이 재능기부로 소송에 참여해, 원고들은 변호사 선임료도 내지 않고 재판을 시작할 수 있었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이어진 재판은 물론 도쿄 미쓰비시 본사 앞 집회 등 각종 행사 비용도 시민들이 후원한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고들이 혹시 배상금을 받는다면 그 일부를 다른 피해자를 돕고 강제동원 역사 활동에 사용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이를 마치 사건 브로커 ‘수수료’나 변호사 ‘성공 보수’처럼 보도한 건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강하게 반대해온 시민모임을 음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의 행태는 더욱 기가 찬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시민모임이 기부금의 극히 일부만 피해자와 유족을 위해 사용했다’는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피해자를 위한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 목적이 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팔이 시민단체”라는 막말로 비난했다. 그러나 시민모임은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시민들의 기부금으로만 운영하는 단체다. 대신 시민모임은 2012년 광주시를 시작으로 전국 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제정 운동을 벌여 해당 지역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해마다 600만~96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시민모임 제안으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8월 대표 발의한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법’은 국민의힘 반대로 소관 상임위에 안건 상정도 못 하고 있다. 지난 3월29일 국회 공청회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형평성’을 이유로 집단 퇴장까지 했다. 양심이 있다면 시민모임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