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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부 단체 보조금 부정, ‘시민단체 옥죄기’ 빌미 안된다

등록 2023-06-04 18:20수정 2023-06-05 02:40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감사 결과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감사 결과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4일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 보조금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3년간 지급된 1만2천여개 사업 6조8천억원이 감사 대상이었는데, 총 1865건 314억원의 부정 사용이 적발됐다고 한다. 민간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타내 허투루 사용하는 일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 단체의 부정행위가 있다고 해서 보조금 규모 자체를 대폭 축소하고 민간단체 활동과 민관협치를 옥죄는 빌미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한 협회는 이산가족 교류 촉진 사업 명목으로 24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2천여만을 유용했고 한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사업으로 보조금을 받은 뒤 친족 간 내부 거래로 3천여만원을 부당집행했다고 한다. 정부는 ‘묻혀진 민족의 영웅’ 발굴 사업으로 6260만원을 받은 통일운동단체가 정치적 내용이 포함된 강의에 211만원을 강사비로 지출한 사례도 들었다.

국고 보조금 부정 수급 및 집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도 120조원 규모의 보조금 수급 실태를 집중 점검한 결과 1854억원에 이르는 부정 수급을 적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보조금을 줄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감사를 계기로 내년부터 해마다 민간단체 보조금을 5천억원씩 삭감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에서 일자리 사업 보조금 등이 2조원 이상 늘어났는데 이를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일부 부정 적발을 빌미로 민간 보조금 자체를 대폭 축소하려는 것은 지나치게 단선적인 사고다. 보조금 부정은 일상적인 감독 강화로 대처할 문제다.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복지·행정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 현대사회에서 국가가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영역을 민관협치로 풀어야 할 필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보조금 사업의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고 전 정부에서 늘어난 만큼 삭감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정략적이라는 인상마저 준다.

정부가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민간단체들을 차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해서도 안 된다. 최근 정부·여당의 ‘시민단체 때리기’가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9일 이른바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시민단체 운영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여당이 시민사회를 정상화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본말전도이며 시대착오적이다. 보조금 감사 결과를 이런 흐름을 강화하는 핑계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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