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AP 연합뉴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설비 시운전에 들어간 가운데 소금과 건어물 등 일부 수산물이 사재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안한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수산물을 대량 구매해 쟁여놓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13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서울 관악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자고 일어나면 소금값이 5천원씩 뛰고 있다. 온라인 일부 업체에서는 벌써 ‘신안군 산지 직송 천일염 주문이 폭주해 일시품절됐다’는 안내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 달 사이 산지 천일염 가격이 40% 이상 폭등하면서 20㎏ 한 포대에 2만원이 넘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소금과 건어물 사재기 조짐은 오염수 방류 전에 안전한 수산물을 확보하려는 소비자들의 즉자적인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 본격 방류가 시작되면, 생선과 횟감 등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수산물의 소비 중단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관련 상인이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두려움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안전하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국민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증폭되는 것은 한국과 일본 당국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알프스로 불리는 방사성 오염수 처리 시설로 삼중수소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일본은 애초에 주장했다. 하지만 반감기가 5730년인 탄소14도 걸러지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인정했고, 알프스로 처리한 오염수의 70%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남은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우리 국민들 눈에는 정부가 객관적이고 면밀한 연구나 조사를 하기도 전에 일단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협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해놓고 움직이는 것처럼 비쳤다. 사후적으로 현지 시찰단을 보내도 국민들을 전혀 안심시키지 못하는 이유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했다면, 먼저 일본에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설 접근을 요구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하면서 국민 불안을 온통 야당의 괴담 탓으로 돌리고 있다. 무책임한 처사다.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 위해 면밀히 고민해야 한다. 윽박지른다고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다. 반발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