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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 대통령 수능 난이도 발언, ‘불쑥 지시’는 혼란만 키운다

등록 2023-06-16 18:06수정 2023-06-16 18:38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교육개혁 추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교육개혁 추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달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난이도를 낮추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방향성 여부를 떠나 면밀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대학입시 사안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지시를 불쑥 내밀어 수험생·학부모의 불안을 키운 것은 경솔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5일 교육개혁 관련 브리핑에서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윤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 난이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4시간 뒤 수정된 메시지를 내며 진화에 나섰다.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이 사교육 의존을 부추긴다는 취지의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대통령실은 16일 거듭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라는 대통령 발언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런 해명과 달리 교육부는 16일 6월 모의평가 난이도 실패 책임을 물어 출제기관 감사를 벌이겠다고 나섰다. 이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이 전격 경질된 것도 이와 관련된 문책성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니 난이도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수험생·학부모는 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미 수능의 체감 난이도를 낮추는 방향의 ‘2024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수험생들은 6월 모의평가를 바탕으로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난이도 실패가 정 걱정된다면 정부 내에서 협의한 뒤 수험생들에게 정제된 메시지를 줘야 한다. 대통령 발언과 대통령실 해명, 문책 인사, 출제기관 감사 등으로 어수선한 정부의 모습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킬러 문항’으로 억지로 변별력을 높이고 한두 문제 차이로 진학의 향방이 결정되는 현재 수능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사교육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대통령 발언 취지도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교육개혁’ 차원에서 줄세우기식 대입 제도의 본질적 개선과 연계해 풀어갈 문제이며, 정교한 해법을 마련해 치밀하게 추진할 과제다. 이번처럼 즉흥적이고 돌출적인 접근은 교육 현장의 혼란만 일으키고 오히려 근본적 문제 해결을 방해할 뿐이다. 백년지대계인 교육 문제를 너무 가볍게 다룬다는 인상마저 준다. 윤 대통령은 출범 초 ‘취학연령 하향’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부터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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