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했다.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이 대표의 이날 선언은 민주당 혁신위원회의 본격 출범을 앞두고 자신에 대한 ‘사법 리스크’ 논란을 불식해 당 혁신의 물꼬를 트는 동시에, ‘방탄 정당’ 논란에 더 이상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날 이 대표의 선언은 지난 2월 대장동·위례 사업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지 4개월 만이다. 또 지난 12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민주당 전체가 큰 어려움에 처한 것을 생각하면,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말처럼 “만시지탄”이라는 느낌을 거둘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불체포 특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원의 ‘특권’으로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정치적 탄압에 맞서는 마지막 ‘방패’ 구실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와 야당이 이를 사이에 두고 과도한 신경전을 벌이는 등 정치적 논란만 키우는 경향이 커져 선거 때마다 폐지가 거론됐다. 이번 이 대표의 선언을 계기로 국회의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또 이 대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필요한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약속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민주당에 선뜻 마음을 주지 못하는 것을 아프게 자성한다”고 했다. 최근 일어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거래 의혹, 이래경 혁신위원장 낙마, 싱하이밍 중국대사 발언 논란,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등 민주당은 연이어 국민들을 실망시켜왔다.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이 마음 둘 곳을 없게 만든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말처럼 계파나 당원이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춘 혁신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임명되기 무섭게 벌써부터 혁신위의 구성과 권한을 놓고 계파 간 분란이 벌어지고 있다. 혁신위가 제구실을 하려면 이 대표 등 지도부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 이 대표의 “혁신안 전폭 수용” 약속도 지켜져야 한다. 이번 혁신이야말로 민주당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각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