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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헌제청된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 확대 신중해야

등록 2023-06-22 18:48수정 2023-06-23 02:41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서울공관에서 당정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중대 범죄자 신상 공개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서울공관에서 당정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중대 범죄자 신상 공개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귀갓길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살인미수’ 사건의 가해자 신상정보를 개인 유튜버가 공개하면서 중대범죄 피의자 신상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수사기관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한 것’이라는 옹호론과 불법적인 ‘사적 제재’라는 반대 시각이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현행 신상공개 제도에 위헌 요소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혹한 범죄에 공분하는 많은 이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신상공개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 다른 중요한 가치와 충돌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부산 사건의 가해자는 지난 12일 항소심에서 징역 20년과 함께 신상공개 10년을 선고받았다. 이 신상공개는 유죄가 최종 확정된 뒤 집행된다. 현행 제도는 수사 단계에서는 신상공개를 할 수 있으나 기소된 뒤에는 확정 판결까지 기다려야 한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정부에 지시했고, 국민의힘은 신상공개 대상 범죄를 테러, 마약, 아동 성범죄, 불특정인 대상 범죄 등으로 확대하고 재판 중인 피고인도 공개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20일 발의했다.

하지만 범죄자 신상공개 확대·강화가 필요불가결한 한도를 넘어설 경우 무죄추정 원칙과 인격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가 성폭력범죄처벌법의 신상공개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도 같은 취지에서다. 이 조항은 특정강력범죄처벌법과 함께 범죄자 신상공개를 규정한 대표적인 법이다. 재판부는 위헌제청 이유에서 “(신상이 공개되면) 부정적인 이미지의 대상을 넘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유죄 판결의 확정 이전에 이미 유죄의 낙인효과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신상공개 대상 범위, 공개 시기·방법 등 제도 전반에 걸쳐 기본권과 충돌할 가능성을 짚었다.

유죄 확정 전 신상공개가 정당화되는 이유는 범인 체포나 추가 피해 방지 등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긴박한 필요 때문이다. 신상공개를 단순히 보복 감정이나 분노 표출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아무리 범죄자라도 인간성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의 원리와 배치된다. 신상공개 제도를 손보려면 이런 점까지 아울러 면밀한 검토와 사회적 토론을 거쳐야 한다. 헌재 결정도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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