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사무처의 불법적 표적 감사 정황이 최근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그에 대한 고소·고발도 쌓여가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수사하고 바로잡아야 할 최후의 보루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움직임은 굼뜨기만 하다.
이달 들어 감사원 사무처가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를 건너뛰고 감사 보고서를 무단 공개한 의혹, 감사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의 전자결재시스템 결재란을 ‘승인’으로 조작했다는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졌다. 전자결재시스템 조작은 전자정부법과 형법 등에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된 중대 범죄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번 사태 경위를 조사한다며 조 위원 등 감사위원들에 대한 ‘감찰’을 통보했다. 도둑이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는 집주인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는 격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권력기관의 불법 행위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책임과 권한을 지닌 공수처의 느긋한 태도다. 전 위원장 감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첫 고발이 이뤄진 게 지난해 8월이다. 지난해 12월엔 전 위원장이 직접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사무총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4월에도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 등을 무고 등 혐의로 추가 고발했고, 전자결재 조작 의혹 등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23일에는 두 사람과 김영신 공직감찰본부장 등을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세번째 고발했다. 하지만 공수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첫 고발 8개월 만인 지난 4월에야 전 위원장을 불러 조사했을 뿐,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 등 고발 대상에 대해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0~12월 공수처를 감사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의 약한 고리로 지목됐던 통신자료조회 문제에 대해 피감기관인 공수처에 자체 점검을 맡긴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수사 행위는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감사원의 공수처 감사가 공수처의 감사원 수사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그만큼 이 수사를 민감하게 지켜보는 시선이 많음을 공수처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감사원이 ‘정권의 사냥개’를 자임하며 보이는 무도한 행태는 자정이 가능한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공수처는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한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진상을 밝히고 경종을 울려야 한다. 존재 의미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