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 감사원.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감사원의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보고서 공개 경위를 놓고 감사원 내부에서 사무처와 조은석 감사위원이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최재해 감사원장이 이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감사원이 감사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감사위원들까지 자체 조사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전현희 위원장 감사 보고서가 주심 감사위원인 자신의 최종 확인 절차를 건너뛴 채 시행됐다고 문제를 제기해온 조은석 감사위원을 겨냥한 조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조 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월 임명됐다.
이날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최재해 감사원장은 국외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6명의 감사위원을 불러 회의를 열고,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감사 보고서 수정 및 시행 과정에 대한 경위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리면서 감사위원들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보고서 논의 과정에 대한 감사위원 조사는 전례 없는 일로, 사실상 감사위원에 대한 감찰”이라고 했다.
감사원의 이번 조사는 전현희 위원장 보고서 공개 과정의 위법 소지를 지적하며 사무처와 각을 세워온 조은석 감사위원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위원은 전 위원장 감사 건의 주심위원이다. 지난 9일 전현희 위원장 감사 보고서를 감사원 사무처가 공개·시행한 뒤, 조 위원은 지난 12일 보고서 공개 절차 및 관련 언론 기사를 반박하는 글을 감사원 내부망에 올렸다. 그 직후 감사원 안팎에선 유병호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사무처에서 관련 언론 보도 경위 파악과 더불어 조 위원을 조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그 뒤인 19일 최재해 원장의 지시가 나온 직후 조 위원의 보좌관에 대한 조사가 밤 늦게까지 이뤄졌다.
이번 조사는 사실상 감사위원들을 감찰함으로써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 전공)는 “감사위원들이 (사무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 이런 방법으로 위축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감사위원들의 감사 의결 업무에 관한 독립성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위원들에 대한 내부 조사 착수 여부와 대상 등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대변인실을 통해 “확인해드릴 수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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