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두고 감사원이 14일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했다”는 결론을 냈다. 이번 감사는 착수할 당시인 지난해 9월부터 ‘전 정부를 겨냥한 정치 감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20%’가 국정과제로 채택되자, 산업부는 같은해 12월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 11.7%에서 20%로 상향하면서 전력계통 보강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하고도 후속조치 이행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또, 2021년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다시 30.2%로 올린 것을 두고는 “대통령 지시로 연내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는 논의를 하면서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최대 목표가 이상적으로도 26.4%에 불과하다고 검토”했으나, “톱다운(top-down)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30%가 숙제로 할당된 상황이어서 실현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거나 “신재생 목표 상향은 정무적으로 접근했다”는 산업부 관계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정과제를 추진하려고 정부가 정책을 설정·변경하거나,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려고 대책을 만든 것을 문제삼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430여쪽의 감사보고서 본문엔 ‘대통령 지시’가 8차례, 이를 포함해 ‘대통령’이 24차례, ‘톱다운’이 5차례 등장하는데(관련 없는 내용 제외), 산업부 결정의 ‘배후’로 문재인 청와대를 지목한 것에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감사원 쪽은 “대통령실(청와대)이 강조한 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올린다는 거고, 그 이행수단(신재생에너지 목표 상향)을 찾은 건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부”라며 “대통령실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 마라 이런 (지시한) 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서만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산업부가 원전 확대 등 동원할 수 있는 다른 분야가 있는데도 실현가능성 검토도 없이 신재생에너지만 확대하기로 한 걸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현가능한 목표를 수립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수치로 말씀드리긴 힘들다”며 “에너지 정책은 한전 적자나 에너지 안보 위기 등 추상적이긴 하지만 국민 실생활에 미치는 직간접적·부정적 효과를 무시 못한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감사는 정책 ‘진행 과정’의 문제점을 보는 것인데,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과 목표, 구체적인 수치까지 문제삼는 건 굉장히 잘못됐다”며 “이런 방식이라면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과 물가관리 목표도 다 감사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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