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산업금융 감사국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14일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목표를 밀어붙였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산업부가 면밀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치 상향을 강행해, 1년여 만에 에너지 정책을 바꾸게 만드는 정책 혼선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부의 당시 이런 결정은 시급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며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에 나선 정부 시책에 따른 것인 만큼, 에너지 정책 혼선의 책임을 전 정부로 돌린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은 이날 이런 내용이 담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1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40%로 상향됨에 따라 산업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치를 30.2%로 올린 것을 두고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최대 목표가 이상적으로도 26.4%에 불과하다고 검토”하고도, “톱다운(top-down)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엔디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원전 등 다른 수단도 동원할 수 있었는데, 무조건 신재생에너지 확대만 실현 가능성 검토 없이 진행”한 것이 문제라고 부연 설명했다.
감사원의 이런 감사 결과를 두고, 국정과제를 추진하려고 정부가 정책을 설정·변경하거나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려고 대책을 만든 것을 문제 삼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 6월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왼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김경호 선임기자
감사원은 이날 430여쪽의 감사보고서에서 ‘대통령 지시’(8차례)를 포함해 ‘대통령’이란 표현을 24차례, ‘톱다운’은 5차례나 사용했다. 산업부의 ‘무리한’ 목표치 상향 강행의 ‘배후’로 당시 청와대를 지목하며, 에너지 정책의 혼선의 책임을 전임 정부로 돌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2%에서 21.6%로 낮추고, 원전 비중을 23.9%에서 32.4%로 높이자, 전임 정부가 세운 에너지 정책을 1년 만에 뒤집어 정책 연속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어서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감사는 정책 ‘진행 과정’의 문제점을 보는 것인데,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과 목표, 구체적인 수치까지 문제 삼는 건 굉장히 잘못됐다”며 “이런 방식이라면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과 물가관리 목표도 다 감사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기후위기 상황의 심각성과 에너지 전환의 시급성을 고려하지 않은 감사 결과란 지적도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2008년만 해도 풍력 1.8%, 바이오 2.5%(발전 비중) 외엔 재생에너지가 전무했던 영국도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뒤 2020년 40%를 넘어섰다”며 “전 정부 목표를 무리라고 보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병권 전 정의정책연구소 소장도 “목표치의 적정성 여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얼마나 유효한가를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감사원은 오히려 끌어내리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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