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집값 하락에 따라 깡통주택이 늘어나면서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르는데다 올가을 대규모 역전세 현상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적은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27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확정일자 통계를 보면, 지난 5월 전국의 아파트·빌라·단독주택·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임대차 계약 25만7183건 가운데 월세가 14만9452건으로 58.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공개되기 시작한 201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월세 비중은 1월 54.7%에서 2월 56.1%로 늘었다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낮아진 3월과 4월에 각각 54.3%, 52.8%로 두달 연속 감소했다. 그러나 5월 들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 우려가 커지면서 월세 비중이 다시 높아진 것이다.
전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임대차 형태로, 제도금융이 낙후했던 시절 자연발생적으로 자리잡은 사금융이어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다. 그동안 임대인은 전세를 끼고 적은 비용으로 주택을 매수할 수 있었고, 임차인은 저리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어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했다. 그러나 집값 상승기에는 전셋값도 덩달아 상승하고, 집값 하락기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 현상으로 세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전세보증금을 이용한 갭투자라는 신종 투기 방식까지 기승을 부리며 집값 폭등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월세 비중 확대 흐름은 시장이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서민 주거 지원 차원에서 전세보증보험 등의 제도로 전세를 지원해왔는데, 이제 임대차 시장이 월세를 중심으로 정착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월세의 15%(총급여 5500만원 이하의 경우 17%)를 연 75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해주고 있는데, 공제율과 한도를 각각 더 올릴 필요가 있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자격 기준도 현행 연봉 7천만원 이하에서 더 높이는 방안을 올해 세제 개편에 반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