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대회에서 인력·공공의료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의료노조가 13일 오전 7시부터 적정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간호사를 주축으로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요양보호사 등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보건의료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선 것은 2004년 의료 민영화 저지 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서울 경희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전국 20곳 안팎 상급종합병원 소속 조합원들도 파업에 참여했다. 부분적으로 진료 차질이 빚어졌으나, 필수의료 공백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일단 14일까지 파업을 벌일 계획이지만 정부 및 의료기관과의 협상 상황에 따라 사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턱없이 부족한 간호인력 문제다. 보건의료노조는 근무조별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를 5명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현재는 환자 중증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1명이 환자 16.3명을 간호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입원병동의 간호사 근무인력에 따라 병원 등급을 나누는 간호등급제 기준을 병상에서 환자 수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적정 간호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방향에만 공감할 뿐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내놓지 않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지난 4월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이라는 정책 목표를 ‘단계적’으로 이뤄나가겠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노정 간 대화를 통해 사태를 풀어나가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보건의료 관련 당정 현안점검회의를 마친 뒤 “정당한 쟁의행위를 벗어나 국민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복지부는 업무복귀명령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현장의 인력 부족과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수수방관해왔다. 코로나19 시기에 간호사를 ‘영웅’이라며 추켜세워놓고도, 열악한 처우 관련 숙원에 대해선 차일피일 미뤄왔을 뿐이다. 적정 간호인력 확충 없이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없다. 간호대 정원을 늘렸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은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다. 오죽하면 많이 뽑고 많이 버려진다 해서 ‘티슈 노동자’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법치주의 잣대만 들이밀어 갈등을 더 키우지 말고, 정부가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태도로 노조와의 협상에 제대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