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첫날인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다시 찾아올 또 다른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공공병원을 살려 주십시오.”
동헌 보건의료노조 남원의료원지부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 단상에 올라 코로나19 유행 기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최전선에서 대응하던 지방의료원이 현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동 지부장은 “코로나 시기에 떠났던 의사와 환자는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뒤에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대부분 전담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40%대를 넘지 못하고 있고, 매달 8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며 “정부가 공익적 적자를 책임져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2만여 명(주최 쪽 추산)이 집회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비옷을 입고 ‘단결·투쟁’이 적힌 붉은색 머리띠를 한 채 ‘국민건강 지키는 산별 총파업 승리’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에 감염병 전담병원에 대한 회복기 손실(기대 진료비에서 실제 진료비를 뺀 금액) 보상 기간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전담병원 해제 이후 병상을 비운 정도에 따라 6달 또는 12달간 회복기 손실을 보상했는데, 운영을 정상화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이날 조합원 약 200명과 함께 집회에 나온 부산의료원지부의 정지환 지부장은 “올해 부산의료원의 적자가 매달 15억~20억원 수준”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이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의료원을 방치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기준 부산의료원의 병상가동률은 41.8%로, 코로나19 전 정상 운영할 때의 병상가동률 80∼90%의 절반 수준이다. 정 지부장은 “지방의료원은 취약계층 환자들이 본인 부담을 적게 들여 이용할 수 있는 곳인데, 운영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결국 이 피해는 취약계층 환자에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안의료원지부의 서해용 지부장도 “적자가 계속돼 당장 오는 9월부터 임금이 체불될 우려가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환자와 의료진이 떠났는데, 이런 상황 탓에 신규 인력도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 비율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 의료 근절을 위해 의사인력 확충 △필수의료 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했다. 조혜진 건양대병원지부장은 “서울에선 간호사 한 명이 환자 12명을 보고, 대전에선 한 명이 환자 16명을, 더 남쪽 지방에선 20명까지도 보고 있다”며 “이런 인력 사정 탓에 간호사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빨리 일터를 떠나 숙련 인력이 부족해진다. 모든 환자를 잘 살펴보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에 환자의 낙상 사고 등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료 현장은 지금 인력 대란이다. 인력이 부족해 필수진료과가 문을 닫고 있고, 환자들은 욕창사고, 낙상사고, 각종 의료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이것이 진짜 진료 차질이고 의료공백”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을 살려낸 공공병원을 살려내자는 것을 정치파업이라고 한다면 이런 정치파업은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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