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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등록 아동’ 249명 사망, 어른들 모두의 유기·학대였다

등록 2023-07-18 18:01수정 2023-07-19 21:39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출생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영유아 2123명(2015~2022년생) 중 249명이 이미 숨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 가운데 7건은 범죄로 인한 사망의 정황이 있어 검찰로 넘겨졌다. 범죄 정황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미등록 어린이들이 이렇게 많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와 사회, 어른들이 어린 생명들을 유기·학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5살 미만 어린이 사망률은 1천명당 3명이다. 미등록 아동은 10명 중 한명 이상 숨졌다.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고 있는 시대에 이런 끔찍한 사각지대가 있었다니 참담하다. 또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이가 601명에 이르렀고, 232명은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의무적으로 지자체에 알리도록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뒤늦게나마 ‘출생통보제’가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방지 장치일 뿐이다. 국회는 18일 영아 살해·유기범도 일반 살인·유기범처럼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느슨한 형벌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겠지만, 처벌 강화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지원 체계 구축이다. 미혼모 등 위기 임신부가 병원 밖 출산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에 대한 상담·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지원 체계를 통합·강화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아울러 미혼 부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양육의 어려움을 해소해줄 방안도 계속 보완해야 한다. 임신 중지 등 여성의 선택권을 두텁게 보장할 필요도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가 논의되고 있으나, 이는 출산 뒤 원가정 양육이 아니라 입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어린이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 부모 중 한명이 미등록 외국인이어서 출생신고를 꺼린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부모 모두 외국인인 경우는 전수조사에서 아예 제외됐는데 무려 4천명에 이른다. 이들도 어른들이 보살펴야 할 생명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부모의 법적 지위 등과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에게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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