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소속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4월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4대강 보 활용 가뭄대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가뭄 대책인 4대강 보를 활용한 '물그릇론'을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한 5번째 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금강·영산강의 보 해체 및 수문 상시개방 결정 과정에서 위법·부당 행위가 있었다고 20일 발표했다. 환경부는 감사원 판단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4대강 보 존치’를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수질 악화 등이 발생했다고 보고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재자연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에 금강·영산강의 5개 보를 해체하거나 수문을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감사 결과를 보면, 감사원은 이 결정에 대해 보 해체 이후 수질·수생태계가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역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의 국정과제 시한에 맞추느라 서둘러 결과를 도출해 타당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그래서 보 존치를 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마치 감사원 감사 결과가 ‘보 존치’를 입증한 것인 양 ‘원천 무효화’를 선언하며 ‘포스트 4대강 사업’으로 직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를 주장한 데 이어, 취임 뒤에도 ‘4대강 보 활용’을 여러차례 언급해왔다. 그리고 이번 감사 결과를 전 정부 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불쏘시개’로 삼은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대안으로 추진된 4대강 사업은 애초 취지와 달리 홍수·가뭄 예방에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히려 보 설치로 유속이 느려져 녹조 등 부영양화로 인한 수질 오염이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2021년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금강·영산강 보의 해체 및 부분 해체를 의결한 것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니 4대강 사업에 대한 사실관계와 분석이 달라졌다. 앞으로 정권이 또 바뀌면 지금 내려진 결정이 또 뒤바뀌는 건가. 물관리마저 진영 논리가 개입돼 벌써 10여년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권에 따라 ‘맞춤형’ 감사 결과를 내놓는 감사원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2010년 이후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5차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됐고, 내용도 그때그때 달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금껏 보여준 감사원의 행태를 보면, 이번 감사 결과를 누가 제대로 신뢰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