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4.25 생명의 강 3천인 선언대회’에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단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20일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가 유관기관 등으로부터 4대강 조사·평가단의 전문위원회 위원으로 추천받은 전문가 명단을 특정 시민단체에 유출했다’는 내용이 담긴 감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정작 ‘유출됐다’는 명단은 사전에 추려진 ‘전문위원회 명단’이 아닌 다른 명단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짜맞추기식 감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이날 <한겨레>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가 특정단체에 ‘유출했다’는 문건은 ‘통합물관리포럼 위원’ 명단이었다”며 “(이 명단은) 이미 일반에 공개된 자료였다”고 밝혔다. 정 사무처장은 4대강국민연합이 낸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개방 관련 공익감사청구’로 진행된 제5차 4대강 감사보고서에서 ‘환경부로부터 전문가 명단을 받아 4대강 사업에 찬성∙방조한 사람을 표기해 회신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감사원은 이날 정 사무처장이 의견을 표명한 메일을 ‘증거’로 제시하며, 4대강 조사평가단 산하 전문위원회 위원 43명 가운데 25명이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로 선정됐고, 시민단체가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41명은 선정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위원회 구성 시 불공정하게 위원을 선정했다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4대강 조사평가단장 및 담당 팀장을 지난 1월 검찰에 수사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정 사무처장은 당시 환경부로부터 명단을 받게 된 경위와 관련 “당시 청와대와 환경부가 4대강에 대한 입장을 떠나 찬반 동수로 4대강 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한 상황이었다”며 “환경단체가 이에 ‘이 위원회는 4대강 재자연화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자문기구인 만큼 기계적 중립성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문제 제기를 하며, ‘너희들(정부)이 생각하는 전문가 풀이 누구냐’라며 요청해서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명단은) 환경부가 당시 갖고 있던 것 중 가장 최근에 제작한 전문가 인력풀 현황 중 통합물관리포럼 위원 명단이었다”며 “4대강 재자연화의 취지에 맞춰 이 명단에 대해 메일로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 결과 브리핑에서 ‘특정 시민단체가 전문가 명단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방조했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에 대해 ‘노’(no)라는 뜻이 담긴 ‘엔’(n) 표기해 회신한 엑셀파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 “(4대강 관련) 훈·포장 대상자나 관련 용역을 한 사람 등 (4대강 재자연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몇 사람의 이름을 적어 보내긴 했으나, 엑셀파일에 ‘노’라고 쓴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런 표기가 있다면) 환경부에서 쓴 것 같다”는 것이다.
정 사무처장은 “감사원에서 여러 차례 나와달라고 연락이 와서, 직접 가서 반나절 동안 조사를 받았다”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환경단체와 협의해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감사원 관계자가 ‘이메일을 확인하고 싶다’며 스마트폰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며 “이를 거절하자 ‘필요하면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의 이정일 변호사는 “조사평가단은 합의제 행정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당시 환경부가)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며 민간 단체의 의견을 받아서 구성하는 건 문제가 될 게 없다”며 “감사원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국민 정서적인 측면을 건드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조사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 “정중히 협조 요청을 할 수는 있다고 보지만, 압수수색까지 이야기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은 “압수수색을 집행할 수도 있다는 등의 발언은 한 적이 없다”며 “메일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동의를 받고 (스마트폰을) 보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사무처장이 받은 명단에 대해서도 “환경부가 내부적으로 관리하던 명단으로, 외부에 공개된 명단이 아니므로 특정 시민단체에 유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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