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가 20일 오전 충북도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드러난 지방자치단체의 무능과 무책임에 온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이 크다. 참사를 막을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도 어처구니없는 ‘관할 떠넘기기’와 무대응으로 시민의 죽음을 방치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어야 할 자치단체장들이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니 할 말을 잃게 된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20일 도청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에게 사과하면서도 “거기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말해 유족들을 두번 울렸다. 그는 “골든타임이 짧은 상황에서 사고가 전개됐고, 임시 제방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처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족들 앞에서 이 이야기를 왜 하는가. 그러니 아무에게도 책임 묻지 말고 그냥 참으라는 건가. 이미 대통령실 관계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귀국 연기에 대해 똑같은 말을 해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는데, 김 지사는 뉴스도 안 보나.
김 지사는 그러면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 본인이 가장 큰 책임자인데, 누구에게 책임을 지우겠단 말인가. 하급 공무원에게 떠넘기겠다는 말로 들린다. 참사가 일어난 동안 시민들이 ‘무정부 상태’를 겪게 만든 책임은 자치단체장들에게 있다. 김 지사는 참사 당일인 15일 사고 발생 1시간 뒤에 보고를 받았는데도 오송 현장이 아닌 괴산으로 출발했다. 괴산댐 월류 사태가 더 급하다고 판단했다는데, 그때는 이미 괴산댐 월류가 멈춘 상태였다. 김 지사는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참사 현장에 나타났다. 이범석 청주시장도 김 지사와 비슷한 시점에 보고를 받았는데 그보다 더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5개 단체는 김 지사와 이 시장,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 위반 혐의로 최근 고발했다. 중대시민재해는 공공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최고 책임자인 자치단체장을 처벌하는 법이다. 이번 참사가 ‘이태원 참사’ 등 과거 사례처럼 꼬리 자르기 하듯 실무자 처벌 선에서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