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0일 충북도청 기자실을 찾아 앞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오송 현장에 일찍 갔다고 상황이 바뀔 것은 없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지난 15일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상황을 보고받고도 현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움직인 김영환 충청북도지사가 “(내가) 거기 (사고 현장)에 (일찍)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김 지사는 20일 오전 충북도청 신관 1층 민원실 앞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한없는 고통을 당하고 계신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 말씀 올린다”고 했다. 그러나 이어 “골든타임이 짧은 상황에서 사고가 전개됐고, 임시 제방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처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현장에 갔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을 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5일 오전 9시44분쯤 비서실장으로부터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보고를 받고도, 16분 뒤인 10시에 오송 현장이 아닌 괴산으로 출발했다. 물이 넘쳐 흘렀던 괴산댐은 김 지사가 괴산으로 출발하던 당시에는 이미 범람이 멈춘 상태였다. 이후 김 지사는 지하차도 참사 발생 4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1시20분쯤 사고 현장에 나타났다.
김 지사는 이에 대해 “15일 오전 10시10분쯤 1명의 심정지와 1명의 실종이 예상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두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지,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국무총리실 감찰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실관계가 다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합동분향소 발언이 논란이 되자 충북도청 기자실을 찾아와 “그분들이 고통을 당하고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하는 순간에 내가 거기 있었어야 한다는 자책에서 나온 얘기고, 더 빨리 갔어야 하는데 도정 책임자로서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김 지사의 실언은 처음이 아니다. 김 지사는 지난 3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뭇매를 맞았다. 당시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 외교를 칭찬하는 뜻으로, “윤 대통령은 지고도 이기는 길을 가고 있다. 일본의 사과와 참회를 요구하고 구걸하지 마라. 그것은 구원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다”라고도 했다.
지난 4월3일엔 “(산불)현장엔 안 가는 게 좋았다”는 말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 4월2일 옥천군 군북면 환산에서 불이나 20여㏊를 태웠다. 김 지사는 이날 산불이 난 이웃 내북면사무소에 머물다 현장엔 가지 않았다. 김 지사는 “현장 지휘에 혼선을 줄 수 있어 가지 않았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지난 3월30일 20여㏊를 태운 제천 봉황산 산불 때도 가지 않고 산불 현장과 40㎞ 남짓 떨어진 이웃 충주의 한 주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애초 행사에 참석해 물만 마셨다고 했지만, 술잔을 든 상기된 얼굴의 사진과 노래를 부른 가실 등이 공개되자 “한 두잔 마셨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비판이 거세지자 “술을 마시고 노래를 사양하지 않은 사려 깊지 않은 행동을 도민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오윤주·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