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는 도중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헌법재판소가 25일 이태원 참사 대응 책임을 묻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 장관의 대처나 관련 발언이 적절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탄핵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데 재판관 9명의 의견이 일치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장관의 부적절한 참사 대응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민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 실망스러운 결론이다.
헌재는 이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더 신속하게 설치·운영하지 않은 점, 현장에서 더 적극적·구체적으로 지휘·감독에 나서지 않은 점 등이 곧바로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재난관리 주무부처의 장인 이 장관이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재난 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탄핵을 하려면 더 명백한 법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은 이 장관이 재난 대응 과정에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운전기사가 서울 강남 자택까지 장관 관용차를 갖고 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렸다가 현장으로 출발하는 바람에 지휘소 도착까지 85~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은 “총괄 조정 책임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으며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거나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는 등의 무책임한 망언을 한 것은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손상 행위”라고 지적했다.
비록 헌재가 탄핵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해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이 장관의 언행이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점은 재판관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다 체감한 바다. 민심의 심판은 이미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 장관은 법적 책임을 면했다고 안도하거나, 무죄 판결이라도 받은 양 의기양양할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엄존하는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9개월이 지나도록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단 한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형 참사 때마다 ‘국가의 부재’에 이어 ‘책임의 부재’라는 똑같은 풍경이 재연된다. 그사이 집중호우로 인한 참사가 또 반복됐다. 이러고도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