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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철근 누락 아파트, 구조적 원인·책임자 낱낱이 밝혀야

등록 2023-07-31 18:00수정 2023-08-01 13:37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철근 누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다른 15개 단지 아파트에서도 확인됐다. 엘에이치 발주 아파트 가운데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아파트 단지를 조사한 결과, 16.5%에서 전단보강근(철근) 누락이 있었다는 것이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만으로 하중을 버티는 구조여서 철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오히려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누락이 발생했다고 하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기둥이 내력벽 구실을 하는 무량판 구조는 기존의 벽체 구조보다 주차장 공간을 넓히기 유리하다. 동과 동 사이의 벽을 없애 하나의 거대한 주차장으로 연결할 수 있어서 최근 대규모 아파트 위주로 널리 도입했다. 또한 방과 방 사이의 칸막이가 기둥 노릇을 하는 벽식 구조와 달리, 기둥을 세운 뒤 칸막이는 벽돌과 시멘트 등으로 따로 설치한다. 공사비가 저렴하고 층간소음이 줄어드는 등 장점이 있어 아파트 세대별 구조에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거나 짓고 있는 민간 아파트 약 300개 단지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한곳도 빠뜨리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서 불안에 떠는 주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와 1995년 무너진 삼풍백화점도 무량판 구조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 이후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무량판 구조의 특성상 연쇄 붕괴에 의한 다수의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를 ‘특수구조건축물’로 정의하자고 제안했으나 국토부가 거절했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기둥만으로 천장을 떠받치다 보니 설계나 시공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공법인데도 총체적으로 부실이 발생했고, 이를 관리감독할 감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엘에이치 사장이 인정했듯이, 설계와 감리에 책임이 있는 발주처가 이를 사실상 방치한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엘에이치와 설계 및 감리 업체 사이에 묵인이나 짬짜미 같은 불법적 요소가 있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공 단계에서 철근을 누락한 이유와 책임자도 하나하나 끝까지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도록 후진국형 인재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정부 당국자와 기업인들 모두 뼈저리게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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