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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KBS·MBC 이사장 ‘동시 해임’ 폭주하는 방통위

등록 2023-08-03 18:20수정 2023-08-04 02:11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3일 오전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3일 오전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3일 문화방송(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권태선 이사장에게 해임 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냈다. 해임을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김기중 방문진 이사에 대한 해임 절차도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권 이사장이 이날 첫 감사원 조사를 받는 등 아직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짜고짜 해임부터 밀어붙이는 걸 보면, 애초 해임 사유 따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듯하다. 방통위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속도전을 펴는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방송을 틀어쥐겠다는 조바심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에 대한 임면권을 갖고 있다. 방통위가 두 이사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여권 성향의 이사를 임명하면 방문진 이사회의 구성이 여야 3 대 6에서 5 대 4로 뒤집힌다. 이렇게 되면 현 이사회가 임명한 안형준 문화방송 사장도 해임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 이후에는 친정부 성향의 사장 임명, 주요 보직 물갈이,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거나 ‘문제’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기자·피디(PD) 좌천, 노조 탄압 등 일련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일사천리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이미 벌어졌던 일들이다.

방통위는 문화방송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안형준 사장의 차명주식 의혹 등을 해임 사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방만 경영 문제는 아직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차명주식 의혹은 사실이라면 부적절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사장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의 비위인지를 판단하려면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다. 이 문제를 다룰 방통위의 방문진 검사·감독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한 상태다. 방통위는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이 제기된 남영진 한국방송(KBS) 이사장에 대해서도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임을 밀어붙여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과거에도 정권 교체기에 공영방송 이사진을 인위적으로 개편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법원은 거의 대부분의 사건에서 ‘부당한 해임’이라고 판단했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해임할 정도의 중대한 잘못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애초에 해임을 염두에 두고 ‘기우제식 감사’를 벌인 결과다. 그런데 이 정부는 뭐가 그리 급한지 ‘먼지털기’도 끝나기 전에 칼춤을 추고 있다. 참으로 무도한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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