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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방송 장악 노골화하는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속도전

등록 2023-08-10 07:15수정 2023-08-10 08:44

권태선 문화방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왼쪽 둘째)과 남영진 한국방송 이사장(왼쪽 셋째) 등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긴급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방송통신위원회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통해 남 이사장과 권 이사장 등을 해임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권태선 문화방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왼쪽 둘째)과 남영진 한국방송 이사장(왼쪽 셋째) 등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긴급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방송통신위원회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통해 남 이사장과 권 이사장 등을 해임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방송통신위원회가 9일 전체회의를 열어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한국방송(KBS) 보궐이사로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로는 차기환 변호사를 임명했다. 한국방송 이사는 방통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가 임명한다. 이들 가운데 차 변호사는 임정환 방문진 이사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지 이틀 만에 후임 이사로 임명됐다. ‘방송 장악’에 최적화된 인물을 미리 낙점해놓고 방통위 의결 절차는 요식행위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서 전 재판관은 티브이(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에 연루돼 지난달 해임된 윤석년 이사의 후임이다. 방통위가 남영진 한국방송 이사장에 대해서도 해임 절차를 밟고 있어, 한국방송 이사회 구성은 조만간 여야 4 대 7에서 6 대 5로 뒤집히게 된다. 방문진 이사회도 차 변호사의 이사 취임에 이어, 현재 진행중인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해임이 이뤄지면 여야 구도가 3 대 6에서 5 대 4로 뒤바뀐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경영진 교체를 통한 방송 장악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서 전 재판관과 차 변호사는 각각 한국방송과 방문진 이사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차 변호사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여권 추천으로 방문진 이사와 한국방송 이사를 잇따라 세차례나 역임하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데 앞장섰던 인사다. 그는 특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극우 사이트 ‘일베’의 게시물을 퍼나르는 등 극단적 이념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내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북한군 개입설’에 동조하는 듯한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고,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는 특조위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해 유족들로부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말로는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이런 인물에게 공영방송을 맡기려 한다.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공정성’이란 도대체 뭔가.

방통위가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도 외면한 채 속도전을 펴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된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취임하기 전에 ‘경영진 물갈이’를 마무리해, ‘방송 장악’으로 가는 꽃길을 깔아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명박 시절보다 더한 ‘공영방송의 암흑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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