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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잼버리 파행, 재발 않으려면 책임 소재 낱낱이 밝혀야

등록 2023-08-13 18:13수정 2023-08-14 02:41

태풍 북상을 이유로 서울 등 전국 분산배치가 결정되면서 지난 8일 오전 대원들이 텐트를 걷어 철수해 적막감이 흐르는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태풍 북상을 이유로 서울 등 전국 분산배치가 결정되면서 지난 8일 오전 대원들이 텐트를 걷어 철수해 적막감이 흐르는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온 국민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봤던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끝났다. 한국은 올림픽,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 때마다 성공적 개최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보면, 하루아침에 딴 나라가 된 듯하다. 이제 대회가 끝났으니, 도대체 어디에서 누가 무엇을 왜 잘못했는지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이런 일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태 원인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등 여권은 처음엔 ‘전 정부 탓’을 하다가, 현 정부 책임을 피할 길이 없자 여성가족부에 다 떠넘기려 하다가, 대회가 끝나자 이젠 ‘전북도 지방정부’ 책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3일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는 대회 부지 매립과 배수 등 기반시설, 편의시설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잼버리 파행’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잼버리 주무 책임기관은 집행위원장”이라며 “전북도가 집행위원장이고,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원기관”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제정된 새만금세계잼버리법과 2020년 7월 출범한 잼버리조직위원회 정관을 보면, 여가부는 지원기관이 아니라 조직위 업무 전반을 관장하는 기관이다. 여가부 장관은 공동조직위원장 중 한명이고, 예산집행을 승인한다. 또 집행위가 하는 모든 일은 여가부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또 조직위 사무총장을 여가부 간부가 2020년 7월부터 계속해왔다. 어떻게 지방정부에 다 떠넘기고 쏙 빠져나가려 하는가. 비겁과 몰염치의 극치다.

물론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그러나 폭염·위생 대비 등 행사 운영을 포함해 대회 전반 책임을 현 정부에 묻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지난해부터 몇번이나 “잘 준비하고 있다” 했는데, 그땐 뭘 준비했단 말인가. 일 터지기 전까진 문제가 뭔지, 무슨 준비를 하는지도 모르는 게 윤석열 정부의 실력이란 걸 잼버리 사태가 그대로 보여줬다.

감사원이 곧 감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사냥개 구실을 해온 감사원이 내놓을 결과에 대해서는 벌써 의구심이 인다. 그러니 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정치적 공세로만 여기지 말고, 적극 수용해야 한다. 잼버리 대회 책임은 더불어민주당 정부와 국민의힘 정부 양쪽 모두에 걸쳐 있다. 국민대표인 국회가 이럴 때도 나서지 않는다면, 국회는 언제 나선단 말인가. 오히려 여당이 먼저 제안할 일이다.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제대로 밝히는 것이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남은 기간 국정 수행을 제대로 해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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