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24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끝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24일부터 강행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과학”을 내세우지만 30년 넘게 계속될 방류에 대해 누구도 완전히 책임질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22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방류 날짜를 발표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대응에 폭넓은 지역·국가로부터 이해와 지지 표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 태평양 국가들, 일본 어민과 한국 시민 등 수많은 이들의 반대와 우려, 대안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발언이다.
오염수 바다 방류는 앞으로 30년 이상 지속될 예정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걸러내지만,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지지 않아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꼼수를 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에는 지금도 녹아내린 원자로 노심으로 지하수와 빗물이 유입돼 매일 오염수가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24일 시작되는 방류가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지난주 한미일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속전속결’로 방류를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 편에 선 무책임한 ‘방관자’였을 뿐, 시민들의 우려를 대변하고 최대한의 대책을 요구하는 모습은 없었다. 지난 7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해도 우리나라에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의 유튜브 홍보 영상 제작을 대통령실이 대통령실 예산으로 직접 주도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그간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간접지원하는 모양새로 일관해 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월 한일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방류 점검을 위한 한국 전문가의 후쿠시마 원전 상주’를 요구해 한일간 협의가 계속됐지만, 결국 한국 전문가가 상주는 못하고 정기적으로 현장방문하기로 하는 ‘반쪽짜리’ 합의에 그쳤다는 것을 정부는 22일 털어놨다. 일본 정부의 방류 강행 발표에 대한 이날 우리 정부 공식 입장은 “방류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방류 찬성은 아니다”라고 한다. 여당 정치인들은 이날도 세미나를 열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여론을 “길거리 조폭보다 더 나쁜 가짜뉴스 집단”(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그러니 ‘일본의 실제 방류가 계획과 다르면 일본에 방류 중단을 요청하겠다’는 정부 말을 어떻게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