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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40년 지기’를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한 윤 대통령

등록 2023-08-22 19:19수정 2023-08-23 02:38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대전고등법원장 시절인 2021년 10월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대전고등법원장 시절인 2021년 10월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 후보자에 자신의 ‘40년 지기’인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사법부 수장은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대통령과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야당도 함부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 이런 자격과 거리가 먼 후보자를 지명해놓고 국회의 임명동의를 어떻게 받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그동안 새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들은 대부분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두드러졌다. 오히려 대법원장 자격으로 고려해선 안 될 요소가 부각된 것이다. 대법원장은 법무부 장관이 아니다. 법원에 대한 신뢰가 역대 최악인 현실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이 후보자는 대통령과의 사적 친분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대전고등법원장 때인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제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그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수사에 대한 법리 자문을 구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자가 대통령과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법관 사회는 지금 박근혜 정권 때 벌어진 ‘사법농단’ 사태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분열돼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을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고, 일선 법원에서 재판을 해온 판사들을 대거 발탁했다. 또 사법농단의 원인이 법원의 관료화에 있다고 보고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를 없애고, 법원의 사무분담권 등 권한을 평판사에게 넘겼다. 이 과정에서 재판 지연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새 대법원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분열된 조직을 추스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그동안 공개적으로 ‘김명수 체제’를 비판해와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이 후보자는 야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 임명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이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사법부를 대통령 마음대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168석인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 전까지 대법원장을 임명하지 못한다. 사법부의 파행을 막으려면 윤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의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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