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 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한 총리는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담화문 발표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배석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범죄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무차별 흉기 난동 등으로 불안해진 치안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오랜 과정을 거쳐 불과 몇달 전 완전 폐지에 이른 의경 제도를 되살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정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치안 대책으로서 실효성과 현실성도 수긍하기 어렵다.
직업 경찰로 훈련받지 않은 의경이 흉기 난동 등 강력범죄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현장 대처가 미숙할 경우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기는커녕 자신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든다. 현재 치안 인력이 부족하다면 경찰 채용을 늘리는 게 합리적 방안이며, 이는 의경 폐지의 전제조건이기도 했다. 이제 와서 치안 인력이 부족하니 병역 의무를 진 젊은이들을 다시 데려와 보충하겠다는 것은 너무 즉흥적인 발상이다. 군인권센터는 “경찰 공무원을 더 뽑으려면 돈이 많이 드니 헐값에 병역자원을 데려다 쓰겠다는 발상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의경이 폐지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군사정권 때인 1982년 신설된 의경은 법적 근거도 없이 시위 진압에 동원되면서 국방의 의무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임자들의 상습적인 구타·가혹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논란 끝에 2017년 폐지가 결정되고 지난 5월 마지막 기수가 전역했다. 출생률 감소에 따른 병역의무자 급감도 주된 배경이었다. 정부는 의경을 8천명 규모로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2025년 기준 입대 가능한 20살 남성은 22만명으로 현재 군 병력 유지에 필요한 26만명에도 크게 미달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의경을 집회 대응에는 투입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의경이 일단 재도입되면 익숙한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방인력 부족은 의경 재도입이 아니더라도 이미 난제로 부상했다. 정부가 이런 문제점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의경 재도입 카드를 꺼낸 것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핵심 기능인 치안에 허점이 있다면 전문 인력인 경찰의 양적·질적 역량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 구시대의 유물인 의경을 되살려 경찰 수나 늘리겠다는 발상부터가 안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