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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 대통령 “제일 중요한 게 이념”, ‘반공 국시’ 시대 회귀

등록 2023-08-29 19:04수정 2023-08-30 02:36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의 정치적 지향점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라며 또다시 ‘이념’을 들고나왔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국민,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 자신과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싸잡아 “엉터리 사기 이념에 매몰됐다”고 매도했다. “이런 세력들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으니, 대놓고 ‘이념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이념을 앞세워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비판을 ‘반국가세력’이라고 매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윤 대통령은 “국가에 제일 중요한 것은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이념”이라고 반복해 강조했다. 그 ‘이념’이 무엇인지는 8·15 경축사에서 밝힌 바 있다.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준동하고 있다”는 인식의 종착점은 반공 이데올로기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1970년대 ‘반공주의’와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뜬금없이 시작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도 맹목적 반공 이념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다수 국민에게도 이념의 반대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1 더하기 1을 100으로 안다”며 조롱했다. 먹거리 안전을 염려하는 국민 앞에 대통령이 죄송해하기는커녕, 야단을 치고 있다. 야당에 대해선 “가치와 국가 정체성”이 다르다고 했다. 취임한 지 1년이 훌쩍 넘도록 야당 지도부를 만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으니, 앞으로도 협치는 고사하고 만남을 기대하기도 힘들게 됐다. 대화와 타협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민주적 국정운영, 의회주의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언론에 대해선 더욱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전부 야당 지지 세력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고 했다. 무슨 말을 해도 감싸주고 대신 싸워주는 보수언론과 종편을 두고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남세스럽다. 시끄러운 언론은 장악하고 진압해야 할 대상이기에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인가. 최근 오송 참사, 잼버리 사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뿌리 깊은 진영 갈등을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건 대통령 책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처사다. 내년 총선도 이념 깃발을 드높여 치를 심산이다. 그러나 ‘철 지난 이념’ 선동에 휘둘릴 국민은 많지 않다. 지금은 202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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