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조명희 원내부대표가 4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서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4일 ‘간토대지진 학살 조선인 추모식’에 참석한 윤미향 의원의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추모식의 공동 주최자가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라는 이유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인 의원직 제명을 요구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예 “반국가행위”라고 단정하고,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당정이 마치 기다렸다는듯 일제히 색깔론을 빼들었다.
그러나 행사의 성격과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게 야단법석 떨 일이 아니다. 윤 의원이 참석한 추모식은 지난 1일 일본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렸다. 간토대지진 당시 희생당한 재일 조선인 추모비가 있는 곳이다. 대지진 당시 일본군 피복창 터였던 그곳엔 4만여명이 대피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불꽃 회오리바람이 일며 순식간에 거의 대부분이 희생당했고, 재일 조선인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런 역사성 때문에 추모식이 열린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간토대지진 100주년이다.
정부·여당은 이번 추모식을 총련이 주최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여러 일본 시민단체와의 공동주최다. 이를 총련 주최라고 말하는 건 고의적 왜곡이고, 의도적인 침소봉대다. 총련이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반국가단체’로 확정 판결을 받긴 했다. 하지만 재일 조선인 희생자 문제의 진상 규명에 오랜 기간 앞장선 사실까지 폄하해선 안 된다. 1965년 굴욕적인 한일협정 이후 한국 정부와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줄곧 이 문제를 외면하고 침묵할 때 실태 조사에 나서고, 추모식을 연 단체가 총련이다. 요컨대 이번 추모식은 좌우 이념을 넘어 재일 조선인 희생자를 기리는 순수한 한·일 공동의 행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이런 행사 취지와 특수성을 무시한 채 ‘총련 행사’라는 점만 의도적으로 부각하며 반국가행위로 몰고 있다. 물론 윤 의원이 현행법을 어겼다고는 할 수 있다. 총련도 남북교류협력법의 ‘사전 신고’ 의무 대상인데, 미리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북’ 굴레를 씌워 의원직 제명까지 요구하는 건 상식선을 넘은 처사다. 남북교류 주무 부처인 통일부도 과태료 부과 대상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는가. 간토대학살 100주년에 정부는 한 마디 언급조차 없이 모른체 하더니, 이제 와서 대통령까지 나서 색깔몰이를 펼친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으로 여론이 싸늘하자, 이 건으로 돌파구를 삼으려는 것처럼 비친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철 지난 색깔론’을 계속 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