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땅 투기 및 농지법 위반 의혹, 가족 소유 비상장 주식의 재산신고 누락, 그리고 이런 의혹들에 대한 거짓 해명이 점입가경이다. 이제껏 땅과 주식 등 재산을 둘러싸고 이렇게 많은 의혹이 제기된 대법원장 후보가 있었나 싶다. 게다가 잇따른 거짓 해명은 법과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를 이끌 수장으로서 자격을 의심케 한다.
이 후보자는 1987년 서울에 거주하면서도 부산 지역의 논을 사들였다. 비슷한 시기 경북 경주 일대의 땅도 가족이 지분을 쪼개 사들였다. 이후 재개발 등을 앞두고 땅을 되팔아 막대한 시세 차익을 누렸다. 특히 부산의 논을 매입한 것은 실제 경작하는 사람만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한 농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짙다. 이 후보자는 해당 토지가 지목은 논이지만 실제는 잡종지 상태였다는 이유로 ‘농지로 볼 수 없어 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원칙적으로 농지를 잡종지로 쓰면 잡종지로 봐야 한다는 해석은 어렵다”고 답했다.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례도 있다. 그런데도 이 후보자는 법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 셈이다. 법관으로서 온당치 못한 태도다.
재산신고 누락 문제는 더 황당하다. 이 후보자는 2009년 재산공개 대상에 오른 뒤 본인과 부인, 장녀 명의의 비상장 주식을 계속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2020년에 법령상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해왔다. 2020년까지는 적법하게 비공개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인사혁신처가 서동용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가 재산등록을 시작할 당시부터 관련 기준은 변함이 없었다.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소유자별 주식·국채 등 증권 합계액이 1000만원 이상’이면 신고해야 한다. 이 후보자 부인이 2009년 1234만원어치의 상장 주식을 신고한 만큼 그때부터 비상장 주식도 함께 신고했어야 하는 것이다.
농지법 위반 의혹이나 재산신고 누락 자체도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일이지만,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뒤 국민을 상대로 거짓 해명을 한 것은 중대한 결격 사유가 아닐 수 없다. 법에 대한 존중과 정직성조차 갖추지 못한 것 아닌가. 대법원장으로서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신뢰를 얻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