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61) 대법원장 후보자가 가족이 보유한 9억9천만원대 비상장주식을 재산등록에서 누락해 논란을 빚자 ‘신고제도가 바뀐 걸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증 과정에서 이 후보자가 내놓은 반박이 잇따라 허위 또는 부실 해명으로 드러나면서 사법부 수장으로서 도덕성과 신뢰 문제가 불거지는 모양새다.
국회 대법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인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본인과 가족이 재산등록신고를 하지 않은 가족회사 비상장주식과 관련해 ‘처음부터 법률상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지만 이는 거짓 해명”이라고 7일 밝혔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대법원장 후보에 지명된 뒤 본인과 부인, 장녀 명의로 ㈜옥산과 ㈜대성자동차의 비상장주식 각 1000주를 보유한 사실을 뒤늦게 신고했는데, 이후 “2020년에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나 법령상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가족회사의 비상장주식을 2000년께부터 보유했으나 재산등록 제도가 바뀐 줄을 몰라 신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사혁신처가 서동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해 처음 등록재산 공개 대상자가 된 2009년 당시부터 현재까지 공직자윤리법상 비상장주식의 재산등록 기준은 ‘(공직자)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소유자별 주식·국채 등 증권 합계액 1000만원 이상’으로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2009년 첫 재산등록 당시 이 후보자의 아내는 한국전력 40주 등 평가액 1234만원의 상장주식을 신고했는데, 이 경우 기준선인 ‘증권 합계액 1000만원’을 넘겨 비상장주식 또한 재산등록 대상이다. 그러나 당시 이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장녀가 보유한 비상장주식을 전혀 등록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해명에서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바뀌었다’고 했는데, 이는 단순히 신고방식을 기존 액면가에서 실거래가격·평가액·액면가 순서로 기재하게 한 것으로 주식 보유 사실 자체를 누락한 이 후보자 사안과는 무관하다. 서 의원은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허위 해명으로 스스로 도덕성과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며 “대법원장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산에 보유하고 있는 땅의 농지법(농지개혁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이 후보자는 ‘농지로 쓰이지 않았던 땅이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주무부처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놨다. 이날 한겨레가 박용진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목이 농지지만 잡종지로 쓰면 잡종지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냐’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농지를 잡종지로 쓰면 잡종지로 봐야 한다는 해석은 어렵다”고 답했다. 농림부의 이런 답변은 법 위반 여부는 실제 경작 여부인 ‘현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 후보자의 해명과 배치된다. 이 후보자는 1987년 이 땅을 구입해 2013년 건설사에 팔아 수십억원의 개발차익을 얻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 가족이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옥산의 김형석 대표이사와 이 후보자의 사법연수원(16기) 동기인 이경춘 전 서울회생법원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정규 기자
jk@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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