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수십년 전 구입한 부산과 경주 땅을 둘러싸고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후보자 배우자가 부산의 임야를 사들인 뒤 ‘지분 쪼개기’로 시세차익을 거둔 정황이 확인됐다. 부랑인 수용시설로 이후 인권유린 등이 문제가 됐던 형제복지원과 인접한 땅으로, 이후 “그 일대는 형제복지원에서 죽어나간 사람들의 암매장지”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자의 아내 김아무개씨는 21살이던 1984년 12월 아버지 등 5명과 함께 부산 사상구 주례동 산 19번지 임야 1만6118㎡(4884평)를 구입했다. 이후 2002년 7월 ‘주례동 산 19’는 앞에 ‘산’이 없어진 ‘주례동 221-9번지’로 전환됐고 △221-10번지 △221-11번지로 3등분됐다. 지번 앞에 ‘산’이 없어진다는 건 임야대장에서 토지대장으로 전환된다는 뜻으로, 토지 감정가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토지 분할 뒤 땅값은 올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분할된 221-10과 221-11번지 땅의 2003년 공시지가는 원래 땅(221-9)의 공시지가(1㎡당 1만1400원)보다 20배 이상 오른 24만7000원~27만6000원에 이르렀다.
2009년 7월 부산시는 부산 사상구 주례동 일대에 민간개발 형식의 아파트 공장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221-10번지의 2011년 개별공시지가는 1㎡당 35만7000원으로 뛰었다. 이후 2011년 김씨 등은 221-10번지를 ㄱ건설사에 5억2000만원에 팔았고, 2014년 아파트가 지어졌다. 이균용 후보자는 2012년 공직자 재산신고 때 배우자가 이 땅을 실거래가 1억8394만원에 팔았다고 등록했다.
분할된 또 다른 땅 221-11번지는 땅 분할 직후인 2003년 부산시 사상구에 도로로 수용됐다. 전문가들은 도로 개설이 주변 아파트 건설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한다. 산지 개발과 관련된 인허가를 대행해주는 산림엔지니어링 전문가 최아무개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씨 등은 1984년) 투자 가치가 전혀 없는 맹지를 샀다. 이후 조금씩 도로가 나기 시작하면서 아파트가 지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보통 행정 쪽에서 토지를 매입 뒤 분할하는 게 수순인데, 개인이 소유한 땅에서 토지 분할이 먼저 이뤄지고 도로 지을 땅으로 부산시가 이를 수용하는 것은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 배우자 등이 매입한 뒤 건설사에 매각해 아파트가 지어진 땅은 형제복지원의 밭으로, 이후 형제복지원에서 숨진 사람들의 주검이 묻힌 곳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온 박민성 복지포럼공감 사무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피해자들 인터뷰를 보면 형제복지원 좌측의 교회 예배당 위로 주로 주검들이 매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후보자 아내가 산 땅은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주검이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야 쪼개기 의혹 등과 관련해 이 후보자 쪽은 “40년 전(1984년) 후보자가 결혼하기 전 후보자의 배우자가 처가 가족과 함께 취득한 것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기 전”이라며 “당시에는 도로가 건설되거나 개발이 이루어지리라는 점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후보자 가족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특혜를 받은 바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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