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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친구의 친구’ 이균용의 엇박자

등록 2023-09-03 18:30수정 2023-09-04 02:41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프리즘] 정은주 | 법조팀장

지난 8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임명동의 요청사유서’를 보면, 이 후보자를 “32년간 해박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재판 실무능력을 인정받은 전통법관”으로 소개하며, 그가 ①“사회적 약자 보호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고 ②“법원장을 역임하면서 적극적인 추진력과 뛰어난 소통능력을 발휘”했으며 ③“생각이 다른 사람도 언제라도 포용할 수 있는 인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지나온 길을 되짚어보면 윤 대통령은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이균용 후보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①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장에 힘써온 판결보다 여성·아동 폭력을 외면한 판결이 더 많다.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이 술에 취해 30대 아내의 배를 발로 여러차례 밟아 사망하게 한 사건에서 ‘살인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피해자가 견딜 것이라고 착각해 평소처럼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0년에서 7년으로 감형했다. 남편은 상습 가정폭력범이었기에 결과적으로 살인 혐의를 피한 것이다. 12살 아동을 세차례 성폭력하고 가학적 성행위를 한 20대와 8~11살 아동에게 몸 사진을 촬영해 100차례 이상 전송하도록 한 18살 피고인에게도 “나이를 고려하면 교화·개선의 가능성이 있다”며 형량을 깎아줬다.

②서울남부지법원장(2017년 2월~2019년 2월)과 대전고법원장(2021년 2월~2023년 2월)으로 일할 때는 법원 내 구성원들이 참여한 다면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관리자 적합성 여부 △재판권 간섭 여부 △대법관 적합성 여부 등이 법원장 다면평가 항목에 포함되는데 지난해 상반기 이 후보자는 평점 0.653점을 받아 법원장 40명 중 39등이었다. 하반기에도 평점 0.552점으로 39명 가운데 38등을 했다.

③포용성을 지녔다는 평가도 이 후보자의 최근 발언과 엇박자가 난다. “(법관은) 적어도 자유의 수호에 있어서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며, 정의의 추구에 있어서 중용은 미덕이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과 끊임없는 자기 확인”(2022년 12월 대전지방변호사회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김명수 대법원을 겨냥해서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참담한 상황”(대전고법원장 취임사)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기 확신이 강하며 이를 드러내는 데 거침없는 것으로 법원 안에서 유명하다.

더욱이 자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거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데도 서투르다.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가운데 최고 자산가(72억여원)인 그는 가족이 소유한 비상장주식을 공직자 재산신고에 수년간 누락해왔다고 밝혔다. 2000년 취득 때는 “거래가 없는 폐쇄적 가족회사 주식이라 법률상 재산신고 등록 대상”이 아니었는데 2020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등록 대상이 된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해당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은 재산 증식 등의 목적은 일절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자녀가 9살·11살(현재 나이 32살·34살)에 주식을 취득한데다 비상장주식 평가액 합계가 9억9천만원에 이르고 2020년부터 3년간 받은 배당금이 1억2690만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세회피’나 ‘편법증여’ 의혹이 불거졌다. 증여세 공제한도는 10년간 5천만원(미성년자 2천만원)이다. 앞서 이 후보자와 부인도 20대 때 부산 일대 땅을 사들였고 수십억원 차익을 얻어 ‘건물주’가 됐다. 장인이 땅 구매를 주도했다면서도 돈 출처는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이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평가하는 것은 이제 국회 몫이다. 3천여명 법관 인사권은 물론 대법관 임명제청권과 헌법재판관 추천권 등을 갖는 중요한 자리를 대통령과의 친분만으로 맡을 수 없다는 점을 국회가 보여줘야 한다.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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