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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병호 ‘주식 안 판다’ 버티다 패소, 남 감사할 자격 있나

등록 2023-09-12 18:02수정 2023-09-13 02:38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김경호 선임기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김경호 선임기자

‘배우자가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처분하라’는 인사혁신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2일 패소했다. 공직자들의 청렴성을 감찰하는 기관인 감사원 핵심 간부가 공직자윤리법상 주식 백지신탁 의무를 회피하려 소송까지 낸 것만으로도 자격이 의심스러웠다. 법원의 패소 판결까지 났으니 유 총장은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에 먹칠을 한 셈이다.

유 총장의 배우자는 지난해 재산공개 때 바이오기업 주식 8억2천만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보건복지부나 그 산하 기관이 감사원 감사 대상인 만큼 유 총장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주식 매각을 결정한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도 유 총장은 ‘감사원이 해당 주식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결국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유 사무총장 배우자의 주식 발행 기업은 감사원의 회계감사 기업에 해당한다”며 “유 사무총장이 업무를 수행할 때 각 회사와 이해충돌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직자윤리법상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유 총장은 공직자윤리법이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다.

유 총장은 감사원에서 최근 10년 동안 주식 백지신탁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유일한 인물이다. 공직 윤리에 누구보다 철저해야 할 감사원 간부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 감사원은 ‘정권의 돌격대’라는 말을 들을 만큼 저돌적으로 감사를 벌이며 사소한 꼬투리까지 잡아 ‘찍어내기식 감사’를 벌이고 있다. 그 핵심에 있는 유 총장이 정작 자신의 사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법도 무시하며 전례 없이 노골적인 행태를 보인 꼴이다.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이미 감사원 간부로서 자격을 잃었다고 할 것이다.

유 총장뿐만이 아니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시 배우자의 수십억원대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정부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남한테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더없이 관대한 게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라도 되는가.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자신의 사적인 이해관계와 국민의 공적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당연히 후자를 우선한다”고 지적했다. 사익을 지키는 게 그토록 중요하다면 더 이상 공직에 머물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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