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처분하라’는 인사혁신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2일 패소했다. 공직자들의 청렴성을 감찰하는 기관인 감사원 핵심 간부가 공직자윤리법상 주식 백지신탁 의무를 회피하려 소송까지 낸 것만으로도 자격이 의심스러웠다. 법원의 패소 판결까지 났으니 유 총장은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에 먹칠을 한 셈이다.
유 총장의 배우자는 지난해 재산공개 때 바이오기업 주식 8억2천만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보건복지부나 그 산하 기관이 감사원 감사 대상인 만큼 유 총장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주식 매각을 결정한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도 유 총장은 ‘감사원이 해당 주식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결국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유 사무총장 배우자의 주식 발행 기업은 감사원의 회계감사 기업에 해당한다”며 “유 사무총장이 업무를 수행할 때 각 회사와 이해충돌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직자윤리법상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유 총장은 공직자윤리법이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다.
유 총장은 감사원에서 최근 10년 동안 주식 백지신탁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유일한 인물이다. 공직 윤리에 누구보다 철저해야 할 감사원 간부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 감사원은 ‘정권의 돌격대’라는 말을 들을 만큼 저돌적으로 감사를 벌이며 사소한 꼬투리까지 잡아 ‘찍어내기식 감사’를 벌이고 있다. 그 핵심에 있는 유 총장이 정작 자신의 사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법도 무시하며 전례 없이 노골적인 행태를 보인 꼴이다.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이미 감사원 간부로서 자격을 잃었다고 할 것이다.
유 총장뿐만이 아니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시 배우자의 수십억원대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정부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남한테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더없이 관대한 게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라도 되는가.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자신의 사적인 이해관계와 국민의 공적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당연히 후자를 우선한다”고 지적했다. 사익을 지키는 게 그토록 중요하다면 더 이상 공직에 머물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