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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총리 비서실장, 주식 백지신탁은 못 하겠고 총선은 나가겠다?

등록 2023-09-06 11:00수정 2023-09-06 14:09

박성근·유병호 등 법 위의 고위공직자들…백지신탁 ‘끝장 소송’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들이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족이 보유한 주식까지 처분하라는 건 ‘권리 침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인데, 공익과 사익의 충돌을 방지하고자 한 제도 취지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배우자 이아무개씨의 서희건설 주식 187만2천여주 등 약 64억9천여만원 상당(올해 3월 재산신고 기준)의 증권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라고 통보한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최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니 배우자의 바이오 회사 지분을 백지신탁하라’는 인사혁신처 결정에 불복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백지신탁 처분이 인격권·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박 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해충돌이라는) 추상적 위험을 이유로 배우자의 인격권과 자기계발권, 가업승계권이 다 무너질 것 같은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밝혔다. 배우자 이씨는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장녀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 주식을 처분할 경우 회사 승계 작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사무총장도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집사람도 헌법상 재산권을 가지고 있다”, “간접적으로도 (감사원이 해당 회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6월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6월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백지신탁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5년 당시 정부와 국회가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백지신탁을 도입하기로 한 이유는 고위공직자나 배우자, 직계가족이 주식을 보유할 경우 해당 공직자가 특정 회사를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족회사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서희건설은 2012년 6월 “회장 맏사위” 박성근 실장이 당시 대검찰청 공안3과장으로 “영전”했다는 소식을 회사 누리집을 통해 공지해 법조계 안팎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총장은 한겨레에 “배우자나 직계가족의 주식보유라 해도 고위공직자가 거기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재산공개제도나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가족이 포함되는 것”이라며 “기득권을 놓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열심히 공직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믿겠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백지신탁을 할 수 없다면 공직을 포기하는 게 맞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에서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야당 질의에 “출마 안 한다는 말씀은 못 드리겠다”고 하는 등 출마 가능성도 내비친 상태다. 이에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내년에 출마하면 이 단계에서 정리하고 사퇴하는 게 맞는다. 왜 소송을 하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날 “윤석열 정부 고위공무원이 백지신탁을 거부하며 불복 소송을 이어가는데, 고위공직자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면 공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도 “고위공직자로서의 직무와 가족 지분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정부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직에 봉사하겠다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코스닥 상장회사 대표였던 황철주 당시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는 “회사를 버리고 청장을 택할 수 없다”며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대신 청장직을 포기한 바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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