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나선 진교훈 후보가 지난 22일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동안 이어가던 단식을 지난 23일 중단했다.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 국정 쇄신을 요구한 단식으로 대여 투쟁의 ‘선명성’은 부각했지만 ‘방탄용’ 의구심은 끝내 불식하지 못했다.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은 건강 악화를 우려한 의료진의 강력한 권고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 대표의 장기간 단식은 1983년 당시 신민당 대표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23일 단식’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고,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과 개각 등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비록 ‘사법리스크’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심도 샀지만, 윤석열 정부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여론을 모아낸 것은 성과였다.
하지만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 ‘부결 호소’ 입장문을 내면서 단식의 명분이 상당 부분 퇴색된 것 역시 사실이다.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번복해 ‘방탄 단식’이라는 오명을 자초했고, 당내 설득에도 실패해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역풍’을 불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대정부 요구 사항도 관철시키지 못했고, 당내 단합을 이루는 데도 실패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민주당은 심리적 내전 상태로 빠져든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이들에 대한 징계 의지를 천명했고, 강성 지지층은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해 응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자제시키고 통합에 힘써야 할 이 대표가 지지기반 강화에만 몰두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낸 입장문에서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며 대표직 수호 의지를 밝혔고, “민주당의 부족함은 민주당의 주인이 되어 채우고 질책하고 고쳐달라”며 강성 지지층의 입당과 결집을 호소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번복 등에 대한 유감 표명은 없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26일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달려 있다.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민주당은 더 큰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단식 정국’을 끝낸 이 대표 앞에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든 민주당을 수습할 책임이 놓여 있다. 민주당이 정권의 폭주를 견제하고 민생을 보듬는 제1야당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식 이후 이 대표의 리더십은 더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