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가 계속 올라 주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3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예년보다 길게 6일간 이어졌던 한가위 연휴가 3일로 끝났다. 긴 연휴가 재충전의 기회가 된 이들이든, 휴식의 대가로 근로소득이 줄어든 이들이든 이제 다시 생업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어깨에 힘이 빠지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경기가 호전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시장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 실질소득, 가처분소득의 하락이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폭 확대는 미뤄둔 공공요금 인상과 국제유가 상승이 이끌고 있다.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이 오는 7일부터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오른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주유소 석유제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소비자물가 조사 시기인 15일 전후 1주일 동안의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을 보면, 9월 휘발유값은 전달보다 2.2%, 경유값은 4.8% 올랐다. 10월2일 가격은 9월15일보다 2% 안팎이 더 올랐다.
추석 연휴 직전인 9월27일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4.052%로, 전월 말(3.900%)에 비해 0.15%포인트 올랐다.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가계의 부담을 키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긴축 장기화, 은행의 자금 조달 경쟁, 소비자물가 상승폭 확대 등에 따라 시장금리는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회복이 늦어지며 민생의 고통이 길어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계속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고용시장이 좋아서 대책이 필요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고용 통계엔 착시가 끼어 있다. 8월 취업자 증가폭이 전년 동월 대비 26만8천명에 이르고, 15~64살 고용률이 0.7%포인트 오른 건 사실이다. 그런데 36시간 이상 취업자가 100만명이나 줄고, 불완전취업자라 할 수 있는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131만3천명 늘어난 것을 보면 고용 사정도 결코 좋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언제까지 민생의 고통을 외면하고 딴 곳만 쳐다볼 것인가.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개천절 경축사에서 민생과 관련해, “최대 민생 과제인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나가겠다며, 긴축재정 의지를 강조했다. 정부가 돈 쓰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러다가는 10월 말까지 연장해 둔 유류세 인하 조처를 한번 더 연장하는 것을 ‘추가 민생 대책’이라고 우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