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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현희 재심의’ 폭주하는 감사원, 수사 말고는 답이 없다

등록 2023-10-06 18:01수정 2023-10-06 19:18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6월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연합뉴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6월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연합뉴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표적감사’ 의혹을 조사한 감사원 진상조사 티에프(TF)가 ‘전현희 사건’ 재심의와 조은석 주심 감사위원을 수사 요청하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했다. 조 위원이 제기한 ‘결재 조작’ 등의 불법 의혹에 대해서는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한다. 넉달 전 ‘불문’(책임을 묻지 않음) 처리된 감사 결과를 재심의하겠다는 것도 황당한데, 결재 과정의 불법성을 지적한 감사위원까지 오히려 ‘범죄자’로 몰아붙이다니 참으로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사건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의 바람에 따라 전 정권 때 임명된 전 전 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해 무리한 감사를 한 게 발단이 됐다.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가 전 전 위원장의 혐의에 대해 대부분 ‘무혐의’ 결정을 내렸는데도 최 원장과 유 총장은 마치 전 전 위원장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사무처에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고, 주심인 조 위원이 이를 결재한 것처럼 전산결재시스템도 조작했다. 최 원장과 유 총장은 이런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 역사상 처음으로 공수처에 압수수색까지 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이처럼 감사원의 위상과 신뢰를 실추시킨 책임을 져야 할 수뇌부가 오히려 제 역할을 다한 감사위원을 향해 매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티에프 조사는 절차적으로도 중대한 결함이 있다. 조사 대상에는 최 원장과 유 총장이 포함됐는데도, 외부의 독립된 기구는커녕 유 총장 측근으로 구성된 팀이 조사를 주도했다. 조 위원에 대한 수사 요청에 반대한 감찰담당관을 한직으로 날리는 인사도 저질렀다. 국회에 불려 가서는 티에프의 독립된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실제로는 온갖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는 최 원장의 행태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감사원은 이회창 원장 시절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이후에도 여러 정치적 논란이 있긴 했지만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은 지켜왔다. 그러나 지금 감사원은 오로지 대통령실만 바라보는 수뇌부에 의해 ‘정권 보위 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역대로 이런 감사원이 또 있었던가. 감사원이 더 이상의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최 원장과 유 총장에 대한 공수처 수사 말고는 답이 없어 보인다. 공수처는 감사원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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