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경.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부분의 혐의가 ‘불문’(책임을 묻지 않음) 처리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와 관련해 감사원 ‘내부 논의사항 유출 등에 대한 진상조사 티에프(TF)’가 이 감사를 진행한 특별조사국 5과에 “직권 재심의를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에겐 이 감사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에 대한 수사 요청과 경고 조치, 관련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주심위원 지정 배제도 건의했다. 지난 6월9일 최 원장 지시로 티에프를 꾸릴 때부터 나온 ‘조은석 표적 티에프 아니냐’는 뒷말과 다르지 않은 결론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한 전 전 위원장 감사 관련 티에프의 진상조사 결과 보고자료에서, 애초 불문 처리한 ‘전 전 위원장의 근무시간 미준수’와 관련해 “기관장도 근무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회신을 인사혁신처에서 8월2일 받았다고 밝혔다. 또 감사 보고서에서 빠진 ‘권익위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유권해석’은 “감사위원회의에서 삭제하겠다는 의견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논란 해소 필요성, 규정과 다르게 논의된 점 등을 고려해 특별조사국 5과에 직권 재심의를 검토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네달 전에 끝난 감사를 다시 심의하도록 검토하라는 것은, 사실상 기존 결론을 뒤집으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주심위원 열람 없이 감사 결과 시행 등 조 위원이 주장한 절차적 위반 사항은 모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다. 특히 감사보고서 시행 과정의 결재 조작을 두고는 “열람 클릭이 없더라도 시행문 작성 단계가 되면 별도 조치 없이 자동으로 ‘승인’으로 표시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최 원장 등이 지난 6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언한 내용과도 배치된다. 최 원장은 “감사 부서에서 (감사위원들이) 열람은 다 했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관리하는 부서에 요청했고, 그에 따라 처리해 (전자결재 시스템에) ‘승인’으로 뜨게 됐다”며 결재 조작을 시인한 바 있다.
감사원은 또, 조 위원이 사무처를 통하지 않은 채 전 전 위원장의 수행비서와 변호인한테 진술서를 직접 전달받은 뒤 감사원장·사무처에는 제공하지 않아 “공정성이 의심”되며, 사적 친분을 이용해 문화방송(MBC) 쪽에 질의를 하면서 “감사 관련 내용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등 조 위원이 감사를 방해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감사원은 지난달 19일 최재해 원장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하면서 조 위원에 대한 경고 및 수사 요청, 관련 의혹 해소 시까지 주심위원 지정 배제 등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같은 날 조 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진상조사를 맡은 티에프가 감사원 실세로 꼽히는 유병호 사무총장의 지휘·감독을 받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풀이가 나온다. 티에프 부단장인 김숙동 특별조사국장은 유 사무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전 전 위원장 감사를 맡았던 특별조사국 국장이 진상조사 티에프 부단장을 맡은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에 “군사 쿠데타가 떠오르는 상황이다. 이번 결과는 감사위원들의 보좌기관인 사무처가 헌법상 신분이 보장되는 감사위원을 감찰·탄핵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감사원 국정조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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