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6월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연합뉴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비위 의혹 감사 주심위원이었던 조은석 감사위원을 수사 요청한 감사원 내부 티에프(TF)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측근들 주도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사무총장은 전현희 전 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와 열람결재 조작을 통한 감사 보고서 시행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선상에 올라있음에도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른 법률적 회피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9일 꾸려진 감사원 ‘내부 논의사항 유출 등에 대한 진상조사 티에프(TF)’는 최달영 당시 기획조정실장(현 제1사무차장)이 단장을 맡았다. 부단장으로는 김아무개 감찰관(국장급)과 김숙동 당시 특별조사국 제1과장(현 특별조사국장) 2명이 투입됐다. 김숙동 특별조사국장은 유 사무총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20년 유 사무총장과 월성원전 감사를 진행했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를 맡는 등 유 사무총장의 측근 그룹인 이른바 ‘타이거’ 사단 중 한 명으로 언급된다. 그는 지난해 부이사관으로 승진했고, 지난 7월 감사부서 핵심 조직인 특별조사국(특조국) 국장 자리에 올랐다. 감사원 안에서는 티에프 구성 당시 과장이던 김 국장이 국장급이던 김 감찰관과 같은 직급을 맡자 “김숙동 국장 등 유 사무총장 측근들이 티에프를 주도했다”는 말이 나왔다. 전 전 위원장 감사를 맡았던 특조국이 티에프의 조사 대상에 속하는데도 담당 국장이 티에프 업무를 맡은 것이다.
지난 20일 이뤄진 조은석 감사위원에 대한 수사의뢰도 유 사무총장 쪽 측근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티에프에는 유 사무총장과 가까운 변호사 출신 감사관들도 포함됐는데, 처음엔 이들도 수사요청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6일 공수처 압수수색이 들어온 뒤엔 여기 맞대응한다는 명목으로 김숙동 국장 주도 하에 수사요청을 강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에 대한 수사요청서 작성은 유 사무총장, 김 국장과 월성원전 사건을 맡은 뒤 특조국에 있다가 지난 7월 감찰관실로 발령받은 한아무개 감찰팀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에는 조 감사위원에 대한 수사 요청을 반대한 정아무개 티에프 팀장(감찰관실 소속 감찰담당관)이 인사이동으로 비감찰 부서로 물러나기도 했다.
조 위원에 대한 수사요청은 정 팀장의 인사 발령 바로 다음날 최재해 원장의 승인으로 곧바로 이뤄졌다. 티에프는 조 위원이 감사위원회의 심의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고 최종 보고서 열람 결재를 하지 않았다며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런 가운데,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은 여전히 티에프에 대한 정식 회피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 사람은 전현희 전 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와 열람결재 조작을 통한 감사 보고서 시행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최 원장은 지난 6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유 사무총장을 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세부 운영기준’을 보면, 이는 회피 신청 사유에 해당한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따른 이 기준은 “직무 담당자는 조사 개시, 조사 범위와 강도 등을 조정해 조사의 공정성을 저해시키고 이를 통해 유·무형의 이익을 얻을 것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신고·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이해충돌방지법 처벌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2천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유 사무총장 뿐 아니라 티에프를 총괄하는 최재해 원장도 같은 티에프 조사 대상이기에 회피 의무에서 자유롭지 않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감사원 내부에서 감사원장과 사무총장, 감사위원 간 분쟁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때는 조직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않다면 어떻게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겠느냐”며 “유 사무총장이 티에프를 지휘, 감독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이해충돌 사안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를 보면, 공직자가 자신이 맡은 직무와 관련한 사적이해관계자에 해당할 경우 기관마다 있는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신고 및 회피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그 뒤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은 해당 공직자를 지휘·감독하는 상급자 의견을 들어 적정한 조치를 이 공직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최재해 원장과 같은 기관장이 회피 신청을 할 경우에는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이 직무 대리자를 지정해야 한다.
앞서 조 위원은 9월 초 감사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 등은) 티에프 구성에 참여해 조사범위와 대상을 특정했고,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고·회피 의무자로서 회피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티에프 구성과 운영에 관해 묻기 위해 유병호 사무총장과 김숙동 특조국장에게 전화와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감사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티에프 활동 및 유 사무총장의 회피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정 담당관의) 인사는 통상적인 내부 인사였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