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한시 연장한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정보. 연합뉴스
정부가 10월 말까지 연장해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처를 연말까지 두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2021년 11월12일 시작된 이번 유류세 인하 조처는 ‘한시 인하’라는 표현과 어울리지 않게 2년 넘게 이어지게 됐다. 지난 8월 이후에는 두달짜리 짧은 연장 조처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정부가 어떤 조건에서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이고 인하 조처를 중단할지 ‘정상화 계획’을 마련해 내놓아야 한다.
유류세 한시 인하는 과거에도 몇 차례 실시한 적이 있다. 갑작스러운 석유제품 가격 급등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가격 변동에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기간은 2000년에는 2개월, 2008년과 2018년에는 10개월로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하 조처가 2년을 넘기게 됐다. 두달 연장 뒤 내년부터 인하 조처를 중단할 가능성도 거의 희박한 게 현실이다.
2021년 11월의 유류세 인하 폭은 20%였다. 국제유가 상승이 이어지자 인하 폭을 30%, 37%로 확대했다. 올 들어 휘발유만 25%로 인하 폭을 줄였다. 유류세 인하 장기화는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세수입 감소가 올해의 경우 월 7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무역적자를 줄이고 기후위기에도 대응하려면 석유 소비를 줄여야 하는데, 감세 조처는 그 유인을 떨어뜨린다. 7월까지 휘발유 국내 소비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4% 늘었다. 자가용 승용차 이용자들에게 유류세를 깎아주면서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는 앞뒤 안 맞는 정책도 펼쳐지고 있다. 감세 효과가 소비자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 확대로 줄줄 새나가는 것도 문제다.
이번에 두달 더 연장하는 것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안팎으로 치솟은 국면에서 세금을 올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중단하는 것을 전제로 내년 세입 예산안을 짜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세수 펑크를 막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유류세를 완전 정상화할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돌이켜보면, 국제유가가 70달러대로 떨어지고 한때 60달러대까지 내린 5∼7월 사이 인하 폭을 조금 줄여놓지 않은 것이 정부의 패착이었다. 이제라도 ‘정상화 계획’을 세워 공표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소비자들이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