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추진을 공식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지역·필수 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에 묶여 있다. 만성적인 의사 부족으로 국민 여론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쪽이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의대 정원 확대 시도는 매번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지금껏 꼼짝도 못 한 채 묶여 있었다. 그러나 정부와 여야가 한목소리로 의대 정원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어 이번에는 제대로 성과를 내기 바란다.
그런데 전날 정부 발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지방 국립대 병원을 육성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안이 없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이전 정부부터 줄곧 계속 논의해왔던 사안인데, 이 정부 들어 그동안 무얼 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야당 쪽에서 “국민 건강을 담보로 국면 전환용”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요한 정책일수록 디테일이 좌우하는데 정부 발표에선 이를 발견하기 힘들었던데다, 그 ‘디테일’이 언제쯤 제대로 나올지도 현재로선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규모도 중요하지만, 늘어나는 의사들이 필수·지역 의료 쪽으로 배정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전날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에 대해 “전국 어디에서나 고른 수준의 필수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게 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런 의지가 제대로 구현되어야 한다. 지방에 의사가 부족해 서울에 방을 잡고 병원에 다니는 ‘환자방’을 언제까지 계속 둘 순 없는 것 아닌가. 또 성형·미용 병·의원은 한 건물에도 여러 곳이 난립해 있는데, 정작 목숨을 다루는 흉부외과 등의 의사가 없어 앰뷸런스에 실린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사선을 넘나드는 일이 내 일이 되지 말란 법이 있는가.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한들, 효과는 10년 뒤에나 나타난다. 그러니 의대 정원 확대 외에 전반적 의료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은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어 야당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여야가 국민 건강권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