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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홍범도 흉상·독립영웅실 철거 강행이 ‘민생·반성’인가

등록 2023-10-23 18:03수정 2023-10-24 02:40

권영호 육군사관학교장이 23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독립영웅실 철거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연합뉴스
권영호 육군사관학교장이 23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독립영웅실 철거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연합뉴스

독립운동 역사를 지우려는 ‘이념 전쟁’에 대한 여론 반대가 명백한데도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와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 작업을 여전히 강행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드러난 여론의 매서운 비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 옳다, 이념 논쟁 하지 말자”고 한 것은 결국 말뿐이었던 건가.

육사는 지난 16일부터 홍범도·김좌진 장군 등 항일 독립운동가 7인을 기리는 독립전쟁 영웅실의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내 충무관 앞에 세워진 6명의 독립영웅 흉상 중 홍범도 장군 흉상의 학교 밖 이전도 강행한다.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이 모인 단체인 광복회는 23일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에 대해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친일 행적 기록 삭제, 독립영웅 흉상 철거에 이은 신종 매국 행위”라고 성토했다. 앞서 지난 20일 이종찬 광복회장은 우리 군의 뿌리는 일제강점기 독립군 무명용사라며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군과 여당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육군참모총장과 육사 교장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이 생도들의 대적관을 흐리게 한다”며 독립운동 역사를 부정하는 궤변을 계속했다. 군 수뇌부가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는 매카시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육사의 설립 취지와 목적은 광복운동, 항일운동 학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우리 헌법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데, 육군참모총장은 왜 이렇게 독립군을 우리 군과 육사로부터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가. 이날 여당 의원들도 홍범도 장군 흉상 설치가 문재인 전 대통령 의지에 따라 졸속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념 전쟁’과 전임 정부 공격 방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이 ‘반국가 세력’을 들먹이며 이념 전쟁으로 나라를 분열시키고, 뉴라이트 역사관에 따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강행하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은 이미 여러차례 확인됐다. 보궐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더 이상 이념 논쟁 하지 말고, 민생에 주력하겠다고 한 그 결과가 육사의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 강행과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인가. 또 ‘육사에서 알아서 하는 일로, 대통령실은 모르는 일’이라고 할 건가. 민심과 역사 앞에 참으로 오만하고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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