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영국 런던에서 ‘팔레스타인을 위한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과 하마스와의 휴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우려한 국제사회의 일시 휴전 요청을 외면하고, 사실상 지상전으로 여겨지는 “전쟁의 두번째 단계”에 돌입했다. 전쟁터 한복판에 갇힌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절규는 끝내 외면당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밤(현지시각) 연설에서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했다면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보병, 공병부대 등을 투입해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쪽으로 조금씩 밀어붙이며 점령해 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전면적 침공 모양새는 피하면서, 서서히 하마스의 역량을 파괴하는 작전이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군의 계속된 폭격으로 인도주의적 재난을 겪어온 가자지구 민간인들은 더욱 가혹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이미 8천명 넘는 주민이 숨졌고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밝혔다. 많은 주민들은 남쪽으로 피난길에 올랐지만, 여전히 대피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물과 식량에 이어 한때 통신도 완전히 차단되었고, 병원들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반대하고 일시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 회원국들은 27일 긴급 총회를 열어 하마스와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120개국이 찬성했고, 반대는 미국·이스라엘을 비롯해 14개국에 불과했다. 한국 등 45개국은 기권을 선택했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격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민심은 분명하다. 지난 주말 동안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의 주요 도시들에서도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이스라엘을 향해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세계 여론의 우려를 무시한 이스라엘의 전쟁이 얼마나 더 큰 비극을 일으킬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장기화되고 중동 전역에서 분노가 커질수록, 이 지역 전체의 분쟁으로 확산될 위험도 커질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고, 다른 강대국들도 자국 이익만 따질 뿐 전쟁을 멈출 역할은 방치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평화를 요구하는 세계 여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