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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룰’ 개정 방치한 채 총선전 돌입, 후안무치한 여야

등록 2023-11-06 18:06수정 2023-11-07 02:42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각각 자기 당 최고위원회의와 총선기획단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각각 자기 당 최고위원회의와 총선기획단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6일 총선기획단을 나란히 출범시켰다. 내년 4월 제22대 총선에 대비해 본격적인 선거전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 룰(규칙)에 해당하는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은 기약조차 없는 상태다. ‘선거 1년 전’에 규칙을 정하라는 법정 시한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논의를 독점한 두 거대 정당이 무책임하게 방치한 사이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이날 나란히 총선기획단 출범을 알렸다. 양당 모두 총선에서 상대를 누르고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어느 당도 선거 룰을 여태 정하지 못한 잘못과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위성정당 논란을 빚은 4년 전 21대 총선 룰 그대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단 말인가. 여야는 이 문제를 논의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을 지난 8월 한차례 연장하고, 소수 정당들을 배제한 채 ‘2+2 협의체’까지 가동하고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개특위 활동 기한을 또다시 내년 총선 이후인 5월 말까지로 무작정 늘린 채 개점휴업 상태로 두고 있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여야가 정리해야 할 문제는 복잡한 게 아니다. 국회는 이미 여야 주도로 비례대표 확대, 이를 위한 의원 정수 증원, 사표 방지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뭔가 바꿀 것처럼 하면서 시간만 흘려보낸 것이다. 여야는 비례대표 의석을 지금처럼 47석으로 동결하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다만, 여당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회귀를 선호하고, 민주당은 비례 의석을 지역구 당선자 수와 연관시켜 나누는 ‘연동형’을 요구하면서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병립형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제한하고, 사표가 많이 발생하며, 거대 양당 쏠림 현상이 커진다는 폐단 때문에 없앴던 것이다.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 얻는 표보다 더 많은 의석을 누리자는 여당의 퇴행적 주장에 야당이 동조해서는 안 된다.

다음달 12일이면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선거법 처리가 지연될수록 거대 양당과 현역 의원들만 이득을 본다. 소수 정당과 정치 신인에겐 ‘기울어진 운동장’을 강요하는 행위다. 두 거대 정당은 지난 총선 때도 투표일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졸속 도입했다. 그 결과 위성정당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바 있다. 잘못은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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